김태희·송일국에 이어 구혜선까지 일본내 연예 활동이나 드라마 방송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에 혐한류가 극한에 치닫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실제 일본 내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3일 일본 도쿄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다는 시부야 거리와 오다이바 비너스포트 종합쇼핑몰에서 만난 일본인들은 한결같이 "한국과 독도 문제를 알고는 있지만 이것이 한국 드라마나 K-POP 사랑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일본 현지 취재를 통해 '혐한류'의 실체를 살펴봤다.
▶위기의 K-POP?
3일 찾아간 도쿄 중심가 시부야에서도 한류는 여전히 막강 파워를 발휘하고 있었다. 타워레코드 시부야점은 마치 한국의 인기 음반매장을 찾아온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다. 건물 외벽에는 씨엔블루와 B1A4의 대형 포스터가 나란히 걸려있고, 출입구 앞 매장 한가운데에는 요즘 대세로 떠오른 인피니트 멤버들의 사진이 나란히 전시되어 있었다. K-POP 관련 매대에는 여전히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빅뱅, 2PM, 카라, 티아라 등의 이름이 크게 자리잡고 있었다.
나니모(18)씨는 "카라와 소녀시대를 정말 좋아한다"며 "다케시마 사건을 알기는 하지만 그 문제와 소녀시대를 좋아하는 것은 별개의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함께 있던 히또(20)씨 역시 "다케시마 문제가 한국 배우나 가수를 좋아하는 데 문제가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타워레코드 점원인 마사토(26)씨는 "J-POP과 K-POP을 구분지어 생각하지 못할 만큼 K-POP의 인기는 여전히 높다"며 "이들에 대한 대한 관심도와 앨범 판매량은 한국-일본간 외교마찰 후에도 별다른 차이점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얼어붙은 한국드라마?
한국 드라마나 배우에 대한 애정도 여전했다.
일본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다는 오다이바 비너스포트 종합쇼핑몰에서 만난 카나코(28)씨는 "‘시티헌터’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봤다. 덕분에 주인공인 이민호를 좋아하게 됐다"며 "다케시마 사건이 뭔지도 잘 모르지만 그렇다고 이민호가 싫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또 "그것은 어른들의 문제"라며 "정치적인 것과 한류는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또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김태희나 송일국, 구혜선의 일본 활동에 적신호가 켜진 사실도 잘 알지 못했다.
대학생인 세라(21)씨는 "그런 일이 있었느냐"고 반문하면서 "지금도 TV에서는 각종 한국 드라마가 방송되고 있다. 얼마전엔 한국과 거의 동시에 ‘옥탑방 왕세자’가 방송돼 박유천의 매력에 빠졌다"고 설명했다.
현지 사정에 정통한 한 일본 현지 가이드는 "일본인들은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있기 때문에 타인의 영향을 잘 받지 않는다. 혐한류 때문에 한국 배우나 가수들의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