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저녁 대구 시민야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삼성라이온즈와 넥센히어로즈의 경기 3회말 2사 만루에서 삼성 이승엽이 2타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
"첫째 아들은 제가 최고인줄 알아요. 둘째 은엽이도 알려면 제가 최소한 5년은 더 야구해야 합니다."
'국민타자'의 어깨는 무겁다. 팀의 고참이자 클린업트리오의 선봉, 그리고 한 가정의 아버지다. 삼성 이승엽(36)은 "전반기 이후 체력이 조금 떨어졌다. 하지만 (야구는) 계속 해야 한다"고 했다.
이승엽은 지난 10일 대구 넥센전에서 국내 복귀 후 첫 한 경기 4안타(1홈런)를 쳤다. 시즌 136번째 안타를 기록한 그는 한화 김태균(135안타)을 제치고 안타 1위가 됐다. 한 달 만에 홈런도 하나 치며 SK 최정과 이 부문 공동 3위가 됐다. 시즌 타율도 0.313으로 끌어올리며 2위가 됐다.
류중일(49) 삼성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이승엽을 걱정했다. 그는 "(이)승엽이가 요즘 주춤하다. 타격 밸런스가 흐트러진 모습도 보인다. 체력이 좀 떨어진 것인지 좀 물어봐달라. 마음 같아서는 나갈 때마다 '뻥뻥' 쳤으면 좋겠는데"라고 했다. 이승엽은 이번시즌 전반기를 타율 0.320, 97안타 57타점 16홈런 55득점으로 마쳤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 타율 0.273, 35안타 19타점 4홈런 19득점으로 다소 주춤했다.
감독의 생각이 맞았다. 이승엽은 "맞다. 체력이 떨어졌다. 특히 전반기 이후 8월~9월 초까지 정말 힘들더라"고 털어놨다. 이승엽은 일본 요미우리와 오릭스에서 활약하던 2008~2011년까지 1군과 2군을 오갔다. 그는 "오랜만에 풀타임을 소화하다 보니 좀 지치긴 했지만 다른 문제는 없다. 지난해에는 어깨가 아파 스윙이 잘 되지 않았다. 주사 맞고 버티는 생활을 반복했는데 지금은 약이 필요 없을 정도로 회복했다"며 "시즌 초반 900g짜리 배트를 쓰다가 10g 정도 가벼운 걸 사용한다. 러닝도 힘이 떨어지면서 줄였다. 한약과 영양제도 꼬박꼬박 챙겨먹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10일 현재 20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국민타자'는 "전반적으로 지금의 개인 성적에 만족한다"고 했다. 그는 "다른 타순도 다 해봤지만, 3번이 가장 만족감이 크다. 시즌 전 목표는 3할 타율과 100타점 30홈런이었다. 달성은 어렵겠지만, 8년 만에 한국에 와서 이 정도 성적이면 충분하다. 홈런이나 장타를 노리기보다 정확하게 치려고 한다"며 "클린업트리오가 조금 부진하지만 호흡은 잘 맞는다. 과거에는 선·후배 기강이 세 역효과가 나기도 했다. 지금은 자유로운 분위기이지만 체계가 잡혔다"고 말했다.
아빠의 진짜 승부는 내년부터다. 그는 "내년에도 이 정도 성적에 실망스러울 것이다. 지금 큰 아들(은혁·7)은 내가 최고인 줄 안다. '아빠가 제일 잘 한다'고 계속 세뇌시켰는데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 둘째 아들(은엽·1)도 알아야 하는데 아직 좀 어리다. 앞으로 최소 5년은 더 야구를 해야 아들이 아빠 야구 잘 한다고 알 것같다"며 웃었다. 이승엽은 지난 5월16일 둘째 아들 은엽의 돌잔치 떡을 선수단에 돌리기도 했다.
아직은 페넌트레이스에 집중하겠다는 각오다. 이승엽은 "현재 2위 롯데와 4게임 차다. 선수 입장에서는 확실히 안정권이 아니다. 가을야구 준비는 2위 롯데와 남은 5경기를 치른 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