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람들은 잇쇼켄메이(いっ-しょうけんめい·一生懸命)라는 말을 자주 쓴다. 일생을 한 가지에 건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킹 카즈’로 불리는 일본 축구의 영웅 미우라 카즈요시(45)는 잇쇼켄메이 정신을 온몸으로 실천한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일본축구협회(JFA)는 19일 미우라가 풋살대표팀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미우라는 현재 J2-리그의 요코하마FC에서 뛰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교체로 30경기를 뛰었지만 올 시즌에는 1경기 출전에 그치고 있다. 그래서 일본의 에스폴라다란 풋살팀에 임대됐고 이 인연으로 풋살 대표팀까지 발탁된 것이다. 자존심이 상해 축구를 그만둘 법도 하지만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짜내가며 일본 축구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
그를 포함한 일본 풋살대표팀은 24일부터 나고야에 모여 합숙훈련을 한다. 다이니 구니야 JFA 회장은 "미우라가 풋살대표팀에 합류해 기쁘다. J-리거가 풋살 대회에 참가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고 기뻐했다. 미우라는 11월2일부터 태국에서 열리는 2012 FIFA(국제축구연맹) 풋살 월드컵에 참가한다. 그를 공격 선봉에 내세운 일본은 브라질, 포르투갈, 리비아와 함께 B조에 포함돼 있다.
1986년 프로에 데뷔한 그는 일생을 축구에 바쳤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축구'에서 희망을 찾았기 때문이다. 미우라가 초등학교 4학년 때 그의 부모님은 이혼했다. 이때 그는 아버지의 성(姓)인 나야(納谷)를 버리고 미우라(三浦)란 성을 쓰게 됐다. 1982년 고1 이던 미우라는 학교를 자퇴하고 홀로 브라질 유학을 떠났다. 당시 전문가들은 "키도 작고 발기술이 뛰어난 것 외에 특출난 것이 없다"던 미우라가 축구 왕국 브라질에서 성공할 것이라 보지 않았다.
실제로 미우라는 3년 만에 축구를 포기하고 일본으로 돌아갈 생각을 했다. 방황하고 있던 중 리우데자네이루의 한 공원에서 축구를 하고 있는 브라질 아이들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 한쪽 다리가 없는 아이가 지저분한 공을 쫓아 맨발로 축구를 하고 있던 것이다. 미우라는 "난 두 다리도 멀쩡하고, 좋은 신발과 깨끗한 공이 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가"라며 생각을 바꿨다.
다시 신발 끈을 고쳐맨 그는 1년 뒤인 1986녀 브라질의 명문 산투스와 프로계약에 성공한다. 이후 35년 동안 브라질과 일본,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호주의 리그에서 축구를 하며 희망을 전파했다. 일본 J-리그에서만 395경기에 나와 170골을 넣었고, 일본 대표팀(1990~2000)에서도 89경기에 나와 55골을 기록해 최다골 기록을 갖고 있다.
미우라는 축구선수로 이룰 것은 다 이뤘다. 그러나 지난 5월 교토 퍼플상가(1999~2000) 시절 팀 동료였던 박지성 자선축구에 참가한 미우라는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축구장에서 더 이상 보여줄 게 없다면 은퇴하겠다. 그러나 지금은 그만둘 이유가 없다. 나를 필요로 하는 팀이 있다면 어디든 달려가겠다." '킹 카즈'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