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우(32·현대삼호중공업)가 뚝심의 역전승을 일궈내며 한라봉에 올랐다. 2009년 문경단오장사 씨름대회에서 백호장사에 오른 이후 3년 4개월 만이다.
이준우는 지난달 30일 경북 상주 상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2 상주추석장사씨름대회' 셋째 날 한라급(105kg 이하) 결승전에서 박정의(장수한우)에 접전 끝에 3-2로 승리하며 꽃가마에 올랐다. 먼저 두 판을 내주며 0-2로 몰렸지만, 이후 세 경기를 내리 따내는 투혼을 선보여 현장을 찾은 씨름팬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준우가 정상에 오른 건 통산 3번째다.
이준우는 16강전에서 2012 청양단오대회 우승자 이주용(수원시청)을, 8강전에서 우형원(용인백옥쌀)을 각각 제쳤다. 8강에서는 동료이자 한라급 최강자 김기태와 드라마틱한 접전을 펼친 끝에 멋진 안다리 승을 거둬 결승에 올랐다.
결승은 대역전극으로 펼쳐졌다. 이준우는 8살이나 어린 박정의를 맞아 첫 번째 판과 두 번째 판을 덮걸이와 경고패로 각각 내줬다. 패색이 짙었지만, 세 번째 판과 네 번째 판을 밀어치기와 계체승으로 만회해 동점을 만든 뒤 마지막 다섯 번째 판에서 경기 종료 17초를 남기고 배지기를 성공시켜 대망의 황소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박정의는 생애 최초로 결승에 올라 돌풍을 노렸지만, 베테랑 이준우의 노련한 경기 운영에 밀려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이준우는 "누구보다 동계훈련을 열심히 했다. 자신이 있었다"면서 "예선부터 강자들을 줄줄이 만났지만, 그들을 모두 꺾으면서 자신감이 붙었던 것 같다. 김선춘 현대삼호중공업 단장남과 김은수 감독님, 그리고 우리 가족들에게 우승의 영광을 바친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팬들이 씨름을 사랑해주시고, 씨름장에도 찾아와주셨으면 좋겠다. 나를 비롯한 모든 선수들이 재미있는 씨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