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외야수 손아섭(24)은 올 시즌 타율 3할과 최다 안타 타이틀 등 두 마리 토끼를 노렸다. 지난 두 시즌 동안 타율 3할을 넘겼던 손아섭은 "2년 연속은 다소 부족한 감이 있다"면서 "3년 연속은 해야 3할 타자의 면모가 서는 것 같다. 3할 타율을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안타를 생산하면 최다 안타 타이틀도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여름이 되자 손아섭은 고비를 맞았다. 5월 36개·6월 32개의 안타를 때려내던 그는 7월과 8월 각각 21개의 안타를 때려내는데 그쳤다. 그사이 타율은 2할9푼대로 떨어졌고, 경쟁자들에게 안타 수도 밀리는 형국이 됐다.
부진이 거듭되자 손아섭은 "최다 안타 타이틀 욕심을 버렸다"고 선언했다. 다만 타율 3할만큼은 꼭 지키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거짓말 같이 타격감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손아섭은 9월에 가진 22경기 중 9경기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하는 등 총 30개의 안타를 때려내며 쾌조의 타격감을 선보였다. 팀은 연패에 빠졌지만 손아섭은 꼬박꼬박 안타를 생산하며 제 몫을 다했다.
결국 손아섭은 9월23일 사직 LG전에서 안타 2개를 기록하며 시즌 146안타로 경쟁자인 이승엽(삼성) 김태균(한화·이상 145개)를 제치고 최다 안타 부문 선두로 나섰다. 그러나 손아섭은 겸손했다. 그는 "이승엽 선배와 김태균 선배는 대선배님들 아닌가. 타이틀 경쟁을 하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고 생각한다"며 "타율 3할 달성이 최우선 목표다. 물론 최다 안타 타이틀을 따면 좋겠지만 남은 경기 수가 적기 때문에 어려울 것 같다. 하늘이 도와준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손아섭은 지난 달 27일 사직 삼성부터 3경기 연속 멀티 히트를 기록하는 등 3일까지 154안타로 독주 체제를 구축했다. 2위 박용택(LG·151개)과는 3개 차이, 공동 3위 이승엽·김태균(이상 150개)과는 4개 차이다. 이승엽은 지난 1일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지은 뒤 경기에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에 박용택과 김태균과의 경쟁이 남아 있다.
이제는 손아섭이 유리하다. 각각 정규시즌 한 경기 씩을 남겨놓은 이들과 달리 손아섭은 SK와의 두 경기가 남아 있다. 특히 올 시즌 SK를 상대로 타율 0.355(62타수 22안타)를 기록하며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최다 안타 타이틀 획득의 8부 능선은 넘어선 상황이다.
손아섭은 "목표였던 타율 3할은 달성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최다 안타는 시즌 마지막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남은 경기에서도 타격감을 잘 유지하겠다. 유종의 미를 거두고 포스트시즌을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