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에서 둘이 된 동방신기(유노윤호 26,최강창민 24)는 지난 해 카리스마를 뿜어낸 '왜'를 발표했다. 멤버 수가 줄었지만 '우린 여전히 최고'란 사실을 증명하듯, 강렬한 음악과 무서울 만큼 합이 잘 맞는 퍼포먼스로 존재감을 보였다. 최근 6집 '캐치 미'로 컴백한 동방신기는 잔뜩 들어갔던 어깨의 힘을 풀었다. '한번 붙어보자'며 승부욕이 철철 넘쳤던 표정도 한결 편안해 졌다.
"예전보다 세상을 보는 눈도, 음악을 듣는 마음도 유연해 졌다. 멋진 것만 하기보단 소통을 해야할 때란 걸 느꼈고 변화를 택했다."
카리스마에 젖어 마니아들이 쌓은 높은 성에 갇히기 보다, 일반 팬들과 소통하기를 택했다는 이들은 다양한 장르를 앞세운 6집으로 동방신기 음악의 문턱을 대폭 낮췄다.
-1년 8개월만이다. 공백이 길었다.
"고민이 참 많았다. 신인 때는 열심히만 하면 됐지만 이제는 높아진 기대치에 맞춰야 하니 쉽지 않다. 아이돌들이 많아 차별화도 필요하다. 초등생들 가운데는 동방신기를 잘 모르는 친구들도 있지 않겠나. 타이틀곡을 '캐치미'로 고른 것도 쉽게 풀어보자는 생각에서다. '왜'를 할 때는 둘이 처음 하는 거라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 노하우도 많이 쌓였고, 멋진 건만 지킬 때는 아니란 생각이 들더라. 지난 앨범에 비해 전체적으로 밝아졌다."(윤호)
-2004년 데뷔 후 바로 톱스타가 됐다. 뒤돌아보면 어떤가.
"사실 데뷔하자마자 갑자기 짧은 시간 안에 큰 인기를 얻으면서 인기가 당연한 거라 생각하며 살 때도 있었던 것 같다. 2005년 일본으로 갔을 때도 웬만큼 인기를 얻고 시작하지 않을까라며 건방을 떨었던게 사실이다. 회사에서도 기대가 무척 커서 1년 예산의 4분의 3 정도를 우리에게 쏟아부었다고 하더라. 그런데 쫄딱 망했다. 지금에서야 얘기하지만 당시 돈을 다 써버려 두 벌 의상을 돌려가며 입었다. 3~4년을 그렇게 활동해 지금의 위치를 얻었다. 때론 한국과 일본을 바쁘게 오가면서 피곤하고 짜증이 날 때도 있었다. 하지만 몇 년 전 긴 공백기를 거치면서 팬들의 사랑을 받는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지 깊이 느꼈다."(창민)
-지금은 카리스마 그룹이지만 데뷔곡 '허그'를 부를 땐 귀여운 이미지였다.
"하하. 우리도 손발이 오글거려서 뮤직비디오는 못본다. 그래도 제일 순수했던 시절이었다. 이번 작업하면서 1집 노래를 참 많이 들었다."(윤호)
-'캐치미'의 안무가 벌써부터 화제다.
"농담으로 댄서들과 '목숨 걸고 추는 춤'이 정말 많다는 얘길 한다. 아무리 힘을 빼도 동방신기니까 다른 걸 보여주기는 해야한다. 춤을 통해 스토리를 보여주고 싶었다."(윤호)
-동방신기를 꿈꾸는 후배들이 많다. 조언한다면.
"즐겼으면 한다. 처음에는 가수를 꿈꾸다가 데뷔 후 일이 많아지면 꿈은 사라지고 일만 남는다. 나도 잠깐 그럴 때가 있었는데 요즘엔 정말 즐겁다. 팬들에게 멋진 모습을 보이고픈 셀렘이 있다."(창민)
-활동이 없을 때 뭘하고 지내나. 윤호는 사교적인데 창민은 집에만 있다고 알려졌다.
"열여섯 살에 데뷔했다. 그땐 어울릴 또래도 없었고, 워낙 사교성도 없다. 집에서 청소하고 TV보는 등 혼자있는 걸 즐긴다. 그래도 요즘엔 '규라인'(슈퍼주니어 규현·씨엔블루 이종현·샤이니 민호)과 잘 지내고 있다"(창민)
- 연애는 안 하나.
"하고 싶다. 그런데 친구들이 '나쁜남자보다 더 나쁜게 바쁜 남자'라고 하더라. 해외일정이 많아 좋은 감정이 있더라도 발전을 하는 게 힘들다. 필요할 때 곁에 있어줄 수 없으니 말이다. 여자들의 고백도 몇번 받았는데 활동 앞두고 마음을 접었다. 만약 연애를 한다고 해도 공개연애는 안하고 싶다. 상대 여성분에게 너무 가혹한 일 아닌가."(윤호)
"몰래 몰래 해야겠지. 지금은 확실히 없다. 수록곡 '아이 스웨어'의 가사를 썼는데 갑자기 다정다감해 졌다고 팬들이 의심을 하더라. 팬들을 향한 사랑고백이니 의심하지 마시길 바란다."(창민)
-SM 가수들 사이에도 서열이 있을 텐데. 회식 풍경은 어떤가.
"서열대로 자리를 잡지는 않지만 선배 대우는 확실히 한다. 예를들어 가수 대표가 나서야 할 땐 강타·보아 선배, 그 다음은 우리 순이다. 강타 이사님을 보면 '우리도 열심히 하면 저렇게 되겠구나'란 생각을 든다. 강타 형이 회사와 가수들 사이의 소통 창구가 될 때도 많다. 보아 선배는 여자 가수, 난 남자가수들과 상담을 많이 하는 편이다. 최근엔 샤이니 막내 태민이가 '형들처럼 더 잘되고 싶은데 뜻대로 안된다'며 고민을 털어놓더라. 그래서 내가 '10년 뒤에는 네가 짱이다. 그때까지는 조금 참아라'라며 조언했다. 타회사 후배들도 조언을 구하면서 '동방신기가 선배다운 선배'란 말을 할 땐 인생을 헛살지 않았구나란 생각이 들더라."(윤호)
-동방신기도 아직 상담이 필요한가.
"당연히 그렇다. 오래 이 안에서만 생활을 하다보면 균형감을 잊게 된다. 선배들과 얘기를 하며 중심을 잡고 살려고 한다. 매니저들이 우리를 대신해 많은 일을 해주니 기본적인 일도 아예 못할 때가 있다. 요즘엔 등본도 떼어보고 거지꼴로 새벽에 수산물 시장에 가서 가격 흥정도 한다. 언젠가는 가장이 될 텐데 등본 한장 못떼는 건 너무 부끄럽지 않나. 지하철을 타고 다닐 때 쓰는 변장용 가발도 있다. 얼마 전엔 놀이동산에 친구들과 가서 들키지 않고 놀다왔다."(윤호)
-이번 앨범은 얼마나 팔릴 것 같나. 공약하나 걸어보자.
"음악이 좀 더 쉬워졌으니 음원차트가 예전보다 좀 높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앨범은 35만장을 목표로 하고 싶다. 목표량을 넘으면 창민이가 상의 벗은 채 웨이크보드를 타는 건 어떨까. 하하."(윤호)
-서로에게 멤버는 어떤 존재인가.
"형은 필요악? 악한 존재가 아니라 꼭 필요한 존재란 뜻이다. 좋을 때만 있는 건 아니고 부딪히며 갈등을 겪기도 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내면의 독기가 나오는 것 같다. 나를 발전시키는 상대다. '사랑과 전쟁'이란 말이 우리 관계를 딱 표현하는 것 같다."(창민)
"우린 둘이 아니라 한몸이고, 창민은 또다른 나란 생각이 든다. 창민이를 보면 내 모습이 보여서 기특하기도 하고, 또 반성을 할 때도 있다. "(윤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