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역 출신 배우 이세영(20)이 KBS 대하사극 '대왕의 꿈'의 '천관녀'로 20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천관녀는 절세의 미모를 갖춘 기녀. 극중 화랑도에 들어간 김유신이 따돌림을 받으며 힘든 시절을 보낼 때 만난 첫사랑이다. 귀족인 김유신과 풋풋한 사랑을 나누지만 신분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 인물이기도 하다.
영화 '여선생 VS 여제자'(04)에서 담임선생 염정아와 이지훈을 두고 대결을 벌였던 당돌한 '초딩', '열세살, 수아'(07)에서 아버지의 부재 때문에 방황했던 사춘기 소녀는 천관녀 역으로 네티즌들 사이에서 '폭풍 성장'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성인 연기자의 세계에 첫 발을 내디뎠다.
-'대왕의 꿈'에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신창석 감독님이 촬영 들어가기 전에 괜찮은 역할이 있다며 불러 주셨다. 좋은 경험이 될거라며 같이 해보자고 하시더라. 그런데 왜 내가 천관녀 역할과 어울릴 것이라 생각하셨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김유신 역을 맡은 노영학과의 멜로 연기가 화제를 모았다. 실제로도 친한가.
"영학이와는 일부로 어색하게 지낸 것 같다. 내가 한 살 연상이라 서로 누나·동생 하면서 편하게 지낼 수도 있었지만, 그럴 경우 극중 김유신과 천관녀의 애틋한 느낌을 표현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아무래도 또래라서 장난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자제했다."
-극중 보여준 모습 때문에 '폭풍성장'으로 화제가 됐다. 스스로 보기에도 많이 달라진 것 같나.
"글쎄. 나는 계속 성장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폭풍성장'이라는 말을 듣는 것이 어색하다. 고1때 MBC 시트콤 '코끼리'에 출연한 이후 대학 입시를 준비하면서 잠깐 공백기를 가진 것 때문에 갑자기 자랐다고들 생각하시는 것 같다."
-천관녀 역할은 스스로 마음에 들었나.
"천관녀는 감정 표현에 있어 지나치게 속으로 삭이는 타입이다. 김유신을 향한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많이 숨기지 않나. 나는 기쁘면 표현하는 타입인데 천관녀는 잘 웃지도 않는다. 대본을 보면 '알듯 모를듯 한 미소를 짓는다'라고 쓰여져 있더라. 처음에는 '이거 어쩌라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극중 천관녀가 춤을 추는 장면은 어떻게 소화했나.
"촬영 전부터 KBS 무용감독님과 함께 KBS 지하 연습실에서 두 달 가까이 연습에 매달렸다. 매일 적게는 4~5시간, 많게는 7시간씩 연습했다. 열심히는 했지만 사실 내가 춤에 소질이 있는 타입은 아니다. 나중에 방송으로 보니 어설픈 장면에 눈에 띄더라. 촬영장에서는 천관녀가 쓰는 관 때문에 애로사항이 많았다. 춤을 못 추면 표정이라도 잘 지어야 하는데, 관에 달린 술이 자꾸 얼굴을 치기도 하고 머리카락이 자꾸 관에 걸리기도 했다. 그래도 무사히 마쳐서 다행이다."
-압구정 한 커피숍에서 붐이 '아이스크림 대시'를 했다던데.
"예전에 있었던 일인데, 커피숍에서 아메리카노만 먹으면 쓰니까 요거트 아이스크림을 같이 먹고 있었다. 그런데 요거트가 먼저 떨어져서 마지막 한 방울까지 핥아먹고 있었다. 갑자기 누가 다가오더니 "이거 붐씨가 가져다주래요"라며 요거트 아이스크림을 건넸다. 나중에 들어보니 붐 선배가 흡연실에서 내 모습을 보다가 "저렇게 맛있게 먹는데 하나 가져다 줘라"며 사줬다더라. 그 때 나가면서 잠깐 인사한 후 뵙지는 못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로맨스 연기를 하고 싶다. 내 나이 때 잘 할 수 있는 장르가 아닐까. 영화 '클래식'에서 손예진 선배,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송혜교 선배가 맡았던 역할처럼 마냥 예쁜 모습도 보여주고 싶다. 그런데 손예진 선배를 실제로 봤더니 눈물 나게 예쁘더라. 내가 그런 역할이 가능할 지 모르겠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