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힘은 세다. 두산 최준석(29)이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 팀의 첫 홈런 주인공이 됐다. 57일 만에 그린 시원하고 통쾌한 '한 방'이었다.
최준석은 11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준PO 3차전 팀이 1-0으로 앞선 1회초 2사 1루에서 상대 선발 사도스키의 4구째 시속 120㎞ 커브를 잡아당겨 좌월 투런포로 연결했다. 큰 포물선을 그리며 110m를 날아간 타구는 좌측 담장을 넘기며 관중석에 꽂혔다. 벼랑 끝에 몰렸던 두산은 이 홈런 한 방으로 2연패 뒤 첫승을 거두며 반격을 시작했다.
맞히는 순간, 넘어가는 것을 직감했다. 배트 중앙에 정확하게 맞은 타구는 맑고 청량한 소리를 냈다. 그라운드를 유유히 돈 그는 앞서 홈을 밟은 김현수와 하이파이브를 하며 포효했다.
마음고생이 많았다. 최준석은 이번 시즌 두 번이나 2군에 내려갔다. 성적이 좋지 않았다. 김진욱 두산 감독은 6월11일 최준석에게 2군행을 지시했다. 특별히 아픈 곳은 없었다. 이천구장에서 페이스를 끌어올려 돌아오라는 감독의 뜻이 담겨 있었다. 19일 만에 복귀했지만 130㎏이었던 체중도 늘었고 타격 슬럼프도 깊어만 갔다. 결국 최준석은 2주 만인 7월12일 또다시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연달아 찾아온 시련. 최준석은 이를 악물었다. 퓨처스리그 경기에 빠짐없이 나섰고, 밤이면 그라운드에 나와 배트를 돌렸다. 젖먹이 아기와 아내를 두고 후배들과 이천숙소에 머물렀다. 8월4일에 다시 돌아왔지만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 사이 후배들이 분투하며 성장하고 있었다. 후반기에 드문드문 타석에 올라(33경기75타석) 타율 0.293, 22안타 8타점만 때렸다.
김진욱 감독은 최준석을 준PO명단에 올렸지만 기용하지 않았다. "시즌을 충실하게 치르며 팀을 3위에 올려놓은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다. 두산의 대표 '거포'가 1·2차전에서 모두 벤치에 앉아 있었다. 최준석은 "후반기 들어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오로지 포스트시즌만 생각하고 훈련했는데…. 대타라도 나가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마침내 11일 3차전에서 최준석은 5번·지명타자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첫 타석부터 나온 호쾌한 대포는 그만큼 귀중했다.
'부두목 곰'의 자존심을 세운 이날, 아빠는 아들을 떠올렸다. 최준석은 6월22일 아내 어효인씨와의 사이에서 첫 아들을 얻었다. 아빠를 꼭 닮은 아들의 이름은 단우다. 경기 전 "이름이 예쁘다"고 하자 그가 작명에 얽힌 사연을 꺼냈다. "단정할 단(端)자에, 도울 우(祐)자를 쓴다. 바르고 단정한 모습으로 다른 사람을 돕는 이가 되라는 뜻이다. 아내가 지었다. 오늘은 스타팅 멤버에 들었다. 아들한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고 싶은데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