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들이 공약을 내거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누가 어떤 화끈하고 이색적인 공약을 하는지 경쟁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스타들의 공약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제작발표회나 시상식 등 공식석상 등에서 공약을 하는 건 홍보 효과로 탁월하고, 대중과의 약속을 이행한 뒤에는 자신이 한 말에 책임지는 연예인이라는 이미지까지 생기는 1석 2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연예인'일언중천금(演藝人一言重千金)을 실천하고 있는 스타가 누가 있고 인상적인 공약은 어떤 게 있는지 유형별로 알아봤다.
▶흥행에 따른 공약
흔히 말하는 '기분파'다. 내놓은 결과물의 성과가 좋았던만큼 기분좋게 마음을 쓰면서 대중들을 즐겁게 만들어준 케이스. 대표적인 예는 이병헌이다. 지난 6일 부산국제영화제 오픈토크 행사중 밝혔던 '천만공약'을 실천해 눈길을 끌었다. 자신이 해외로 출국하기 전 영화 '광해'가 1000만 관객을 모을 경우 류승룡·한효주 등 출연진들과 함께 극중 모습 그대로 관객과 만나는 자리를 가지겠다는 게 이병헌의 공약. 누적관객수 900만명에 육박해 1000만 돌파가 확실해지자 13일 삼성동 코엑스 아셈광장에서 약속대로 행사를 열어 호감지수를 높였다.
김수현은 "영화 '도둑들'이 1000만을 넘기게 되면 1000만번째 관객을 등에 업고 영화를 보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다. 무리가 따르는 공약인만큼 '업고 영화보기'는 못했지만 추첨을 통해 뽑힌 여중생을 업고 극장을 한바퀴 도는 것으로 약속을 지켰다.
김남주는 KBS 2TV 주말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 시청률 50%를 넘으면 KBS 2TV '개그콘서트'에 출연하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다. 비록 50%는 넘지 못 했지만 흥행성공을 자축하면서 '개그콘서트'에 출연했다. 콩트개그에 참여한 김남주의 모습 자체만으로 희소가치가 있는데 예상외의 순발력까지 보이면서 웃음을 줘 박수를 받았다.
신현준은 앞서 KBS 2TV 월화극 '울랄라부부' 3·4회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하게 된다면 촬영장에서 만난 시청자와 허그를 하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다. 실제로 1위 달성에 성공하자 SNS에 시청자를 안고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공약실천을 인증받았다.
▶수상에 따른 공약
상을 주는 사람도, 지키는 사람도 기분좋은 경우다. 최근 한국 최초로 3대 국제영화제인 '베니스 영화제' 최고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은 전세계인이 지켜보는 무대에서 '아리랑'을 불러 감동을 선사했다. 김 감독은 8월 출국 전 기자회견에서 "혹시라도 상을 받는다면 애국가 1절을 부르겠다"고 공약한 상황. 정작 '피에타'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직후 무대에서는 '아리랑'을 불러 의아함을 자아냈다. 그러나 자칫 국수적으로 여겨질 수 있는 애국가보다는 민족의 노래인 아리랑을 부른 것이 더 잘한 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배우 하정우는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 때문에 영화까지 찍었다. 2010년 영화 '국가대표'로 제46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한 그는, 다음해에도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같은 상의 후보이자 시상자로 무대에 올랐다. 함께 시상자로 나온 하지원이 "올해도 상을 타면 어떤 공약을 내 거시겠습니까"고 묻자 트로피를 들고 국토 대장정에 나서겠다고 호언장담을 했다. 공약은 1분도 안돼 현실화됐다. 하정우는 "감사합니다. '황해' 하정우"라며 수상자로 자신의 이름을 불렀고, 결국 공효진을 비롯한 16명의 배우들과 함께 577km를 걷는 국토대장정을 하며 이를 영화로 만들었다.
▶음원·음악방송 1위에 따른 공약.
가요계도 공약 바람이 뜨겁다. 싸이는 약속도 '월드스타급'으로 스케일이 남달랐다. 귀국 기자회견 당시 "빌보드 차트 1위를 하면 상의를 탈의한 채 '강남스타일'을 부르겠다"고 공약했다. 비록 빌보드 '핫100' 2위에 올랐지만 싸이는 순위와 관계없이 국내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지난 4일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8만 시민들과 축제를 벌였다. 공연 말미에 '강남스타일'을 부르며 웃통을 화끈하게 벗고 뱃살을 출렁거리며 말춤을 췄다.
티아라는 공중파 음악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하면 지하철을 타겠다던 공약을 지킨 것에 더불어 떡까지 돌렸다. 지난 1월 SBS '인기가요'에서 '러비더비'로 1위를 하자마자 지하철에 올랐다. 이날 티아라는 직접 준비한 시민들에게 CD와 떡을 선물했다.
카라 강지영은 지난달 KBS 2TV '뮤직뱅크'에서 '판도라'로 1위를 차지해 맨발로 말춤을 췄다. 당시 방송에서 "오늘 1위를 하면 신발을 벗고 말춤을 추겠다"고 말한 카라는 컴백 2주만에 1위에 오르자 곧장 공약을 실천했다. 강지영은 앙코르 무대에서 킬힐을 벗은 채 말춤을 췄고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까지 차지했다.
▶이타적 공약
개인의 사사로운 이익이나 출연작의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깜짝' 공약을 내걸어 팬들을 즐겁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개그맨 남희석은 24인용 군용 텐트를 혼자서 설치할 수 있다는 한 시민의 말에 '성공하면 호텔 스위트룸 1박 숙박권을 쏘겠다'고 트위터를 통해 공약했다. 자신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홍보나 시청률과 전혀 상관없는, 오로지 한 시민의 기백에 감명받아 얼떨결에 약속한 케이스. 결국 그 시민이 두시간 안에 홀로 텐트치기에 성공하자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 스위트룸 1박 숙박권을 쏴 팬들의 열렬한 박수갈채를 받았다.
방송인 최화정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이 16강에 올라갈 경우 비키니를 입고 라디오를 진행하겠다는 공약을 지켜 환호를 받았다. 최화정은 후에 SBS '강심장'에서 "사전 준비된 멘트가 아니었다. 한 청취자의 말에 아무 생각 없이 뱉은 말이 반드시 지켜야 할 공약이 되어버렸다"며 "(한국의 16강 진출이 확정되고) 아침부터 기자한테 진짜 수영복을 입을 거냐는 전화가 걸려왔다. 비키니를 입고 보이는 라디오 방송을 하는데 정말 손이 덜덜덜 떨렸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