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석(46) 넥센 구단 대표는 18일 염경엽(44) 감독 선임을 두고 "베팅"이라고 했다. 염 감독은 "그 베팅이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이날 목동구장에서 열린 취임식 자리에서다.
염 신임 감독은 "프로야구 감독 자리는 천운을 타고 나야 한다. 난 참 운이 좋은 사람"이라며 "지금부터는 운이 아닌 준비와 열정으로 슬기롭게 감독직을 수행하겠다. 선수·구단과 소통해 행동으로 보여준다면 강팀으로 불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이 대표는 염 감독에게 85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혀주고 모자를 씌워주며 손을 맞잡았다.
염 감독은 어떤 야구를 추구하는가란 질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 파악이다. 올해 강정호와 박병호, 서건창 등이 잘 했다. 다른 선수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큰 변화를 만들겠다. 그 속에 넥센 스타일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넥센 스타일'은 구체적 설명이 필요했다. 그는 "리더십 방향으로는 로이스터(전 롯데) 감독님처럼 두려워하지 않는 야구, 두 번째는 김시진(전 넥센) 감독님의 형님 같은 성품이고 전략이나 분석은 김성근(고양 원더스) 감독님의 야구를 본받을 것이다. 그게 큰 틀"이라고 했다.
넥센은 올 정규시즌에서 6위에 그쳤다. 이 대표의 '베팅'이 성공하려면 염 감독의 역량은 물론 전력의 보강과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염 감독은 "김시진 전 감독님께서 좋은 팀을 만들어 놓으셨다"면서 "프리에이전트(FA)는 크게 필요하지 않다. 포수가 보강되고 투수 쪽이 향상되면 좋은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날 취임식엔 2013년 신임 코칭스태프와 주장 이택근이 함께 자리했다. 다들 목표 의식이 뚜렷했다. KIA 투수코치를 맡다 염 감독의 부름을 받은 이강철(46) 신임 수석코치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넥센에 왔다"며 "무엇보다 김병현(33)의 명성을 되찾아주고 싶다"고 밝혔다. 이 수석은 광주일고 후배인 김병현에 대해 "좋은 공을 살릴 수 있는 볼 배합을 가져가겠다"는 밑그림도 공개했다. 올 시즌 뒤 은퇴한 김수경(33) 불펜코치도 "기술적 조언보다 대화를 많이 하겠다. 많이 들어주면서 선수들에게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
2008년 창단한 넥센은 이광환 감독이 초대, 김시진 감독이 2대 감독을 지냈다. 둘 다 연륜있고 경험 많은 지도자였다. 3대 염 감독은 40대 중반의 젊은 지도자다. 그를 보좌할 코치진도 9개 구단 중 가장 어리다. 이날 기자회견장 뒤에 걸린 현수막엔 '소통, 열정, 역동, 젊음'이란 단어가 새겨져 있었다.
염 감독은 "나 혼자서는 아무 것도 못한다. 모든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고 새겨들어 올바른 선택을 하겠다. 그러면 팀이 올바른 길로 갈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무모하다고 할 정도로 지원할 각오가 돼 있다"는 말로 화답했다. 넥센의 세 번째 여정은 이렇게 막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