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와의 플레이오프(PO)에서 MVP를 차지한 정근우(30·SK)가 빛날 수 있었던 이유는 동갑내기 2번 타자 박재상(30·SK)의 존재감 때문이었다. 박재상은 PO에서 타율 0.313을 기록하며 톱타자 정근우(타율 0.444)의 뒤를 든든하게 받쳤다. 때문에 한국시리즈(KS)에서도 활약이 기대된 선수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박재상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급격한 내리막을 걸으며 KS 3차전까지 11타수1안타(타율 0.091)에 그쳤다. 1차전 첫 타석에서 터트린 좌전 안타 후 10타수 무안타였다. 팀 타선이 폭발한 3차전에서도 5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이날 SK는 박재상을 제외한 선발 전원이 안타를 기록하며 17안타를 쏟아 부었다. 특히 1번 정근우와 3번 최정이 나란히 3안타씩을 터트려 2번 박재상의 무안타가 더욱 부각됐다. 하지만 박재상은 흔들리지 않았다.
심기일전한 4차전 두 번째 타석에서 상대 선발 탈보트의 6구째 직구를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는 선제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4회 1사까지 단 한 명의 타자도 출루시키지 않고 퍼펙트 행진을 이어가던 탈보트를 흔들리게 한 홈런이었다. 이후 탈보트는 최정에게 연속 타자 홈런, 김강민에게 적시타를 맞고 4회에만 3실점했다. 박재상의 홈런은 4차전의 승기와 분위기를 모두 가져오는 승부처였다. 그는 "스트레스나 부담은 없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홈런 후 세리머니가 크던데.
"맞는 순간 홈런 같다고 생각했는데 살짝 맞은 느낌도 있어서….(웃음)"
-타격감을 살리는 터닝 포인트가 된 건가.
"홈런 한 방으로 타격감을 되찾는 건 아니다. 좋은 타구가 하나 나왔지만 다음 타석 때 삼진을 당해 아쉽다. 5차전을 해봐야 타격감이 살아난 건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홈런이 확실히 분위기 전환에는 좋지 않나.
"게임에서 홈런을 치고 싶다고 칠 수 있는 선수는 없다. 분위기가 넘어오는 장점은 있다. 앞으로 경기도 양 팀 투수가 모두 좋아 2~3점 차 승부가 날 것이다. 그래서 선제점을 뽑아 분위기 싸움에서 앞서 나가는 게 중요하다. 4차전도 선제점을 내 편하게 경기할 수 있었다."
-3차전에서 선발 타자 중 유일하게 무안타였는데.
"선수들은 시즌 때 전날 안타가 많이 나오면 그 다음 경기에서 안타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3차전에서 못해서 4차전에서 친 것 같다.(웃음)"
-3차전 역전승이 4차전에도 영향을 끼친 건가.
"그것보다 2차전 뒤 비로 인해 하루를 쉰 게 분위기를 추스르는 데 도움이 됐다."
-탈보트가 퍼펙트 행진을 이어갔는데.
"직구는 경기 전 본 비디오보다 훨씬 스피드가 있었다. 체인지업이 워낙 좋은 투수인데 홈런을 때릴 때는 (원하는 코스로) 비슷하게 들어오면 치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PO에서 좋았던 타격감이 KS에서는 보이지 않던데.
"시즌 마지막에 좋았던 타격감이 PO 때까지 이어졌다. 타격 사이클이 KS 들어오면서 떨어졌는데 금방 되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