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열린 여자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임달식 신한은행 감독은 단상에 오르자마자 양인영(17·숙명여고·184cm)의 이름을 불렀다. 여자 프로농구에 ‘자매라인’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양인영은 삼성생명 양지영(19·181cm)의 동생이다. 양지영은 1년 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삼성생명에 입단했다. 양인영은 “언니와 함께 뛰면서 많이 의지했는데 다른 팀에서 뛰려니 어색하다”며 수줍어 했다.
숙명여고를 함께 다닌 양지영-양인영 자매는 학창시절부터 눈에 띄었다. 둘 다 1m80cm가 넘는 장신이었고, 전국 규모 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이 둘을 더욱 유명하게 만든 것은 어머니 문경자(48) 씨의 존재였다. 문씨는 80년대 여자농구 스타로 1984 LA올림픽 은메달의 주역이었다.
두 자매가 농구를 시작한 것도 문씨 때문이었다. 문씨가 2000년 대 초반 대만에서 코치 생활을 할 때 두 딸도 자연스레 농구를 접했다. 양인영은 “어머니의 존재가 처음엔 부담스러웠지만 지금은 아니다. 어머니가 성실한 게 제 장점이라며 용기를 주신다. 이젠 어머니가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라고 말했다.
늘 함께 농구를 했지만 자매의 플레이 스타일은 달랐다. 언니 양지영은 외곽슛, 동생 양인영은 골밑 플레이와 리바운드에 능하다. 플레이 색깔만큼 성격도 차이가 났다. 양지영은 프로에 가자마자 그토록 기르고 싶은 머리를 길렀다. 여성스러운 언니에 비해 동생은 털털했다. 양인영은 “난 머리 안 기를 거다. 관리하기 귀찮을 거 같다”고 했다.
양지영-양인영 자매는 여자프로농구의 유일한 자매 선수다. 지난 시즌까진 우리은행 박언주-박혜진 자매가 함께 코트를 뛰었지만 올 초 박언주가 농구를 그만두며 박혜진만 남았다. 양인영은 “유일한 자매라인인 만큼 더 열심히 하겠다”며 "언니라고 봐주진 않겠다"고 웃으며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