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 타임때 감독님이 아무 말씀 안하면 기분이 어때요.” “말 안 해도 아실텐데.” 안산 신한은행의 센터 강영숙(31)은 웃으며 답했다.
지난달 31일 안산 와동체육관에서 열린 신한은행과 부천 하나외환은행의 경기. 1쿼터를 22-13으로 크게 앞선 신한은행은 2쿼터들어 27-26 한 점차까지 쫓겼다. 리바운드때문이었다. 수비 할 때든 공격할 때든 자꾸 리바운드를 뺏기니 따라 잡힐 수밖에 없었다. 2쿼터 종료 3분 여를 남겨두곤 하나외환은행이 연속 4개의 리바운드를 잡기도 했다.
임달식(48) 신한은행 감독의 표정이 굳어갔다. 평소 불같은 성격으로 유명했지만 이날은 달랐다. 작전타임 때 선수들을 불러놓고 침묵을 지켰다. 경기 끝날 때까지 그랬다. 선수들은 서로 눈치만 보기 바빴다.
경기가 끝난 뒤 임 감독은 “전반까지 리바운드 10개가 뒤졌다. 2쿼터엔 아예 포워드들의 리바운드가 없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며칠 전부터 집중하라고 그렇게 얘기했는데, 잘 안됐다. 그래서 작전 타임 때 아예 말을 안했다. 전반 끝나고도 락커룸에 잠깐 얼굴만 비췄다”고 얘기했다. “선수들이 알아서 하라”는 의미였다.
효과는 있었다. 3쿼터부터 선수들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시작하자마자 김단비가 리바운드 연속 3개를 잡았고, 최윤아와 이연화도 볼을 따내는 데 적극적이었다. 경기 결과는 75-61. 신한은행의 대승이었다. 신한은행은 1라운드를 5전 전승으로 마감했다.
강영숙은 경기 뒤 “하나외환은행이 하위팀이다 보니 감독님께선 우리가 집중력이 떨어졌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며 “그런건 아니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도 “감독님이 아무 말씀 안하시는 거 보고 오늘 경기 지면 큰일 나겠구나 싶었다. 더 악착같이 했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