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대권에 도전한 후보들은 부지런히 유세를 다니며 표심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래의 대통령을 예언하는 목소리도 다양하다. 올해는 여자의 해라며 박근혜 후보의 우세를 점치기도 하고, IT산업의 운이 밝다며 안철수 후보의 당선운이 강하다고도 한다. 또 고인이 된 노무현 후보의 음덕으로 문재인 후보가 유리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과연 이 세 후보 중 누가 대통령에 당선될 것인가.
2012년 초 칼럼에 전남 영암 월출산에 나타나는 큰바위 얼굴에 대해 말한 바 있다. 예부터 큰바위얼굴은 미래 한국의 지도자상이라고 말해왔다. 계룡산 큰바위 얼굴은 박 대통령을, 하의도 큰바위 얼굴은 김대중 대통령을 닮았었다. 그렇다면 영암 월출산의 큰바위 얼굴은 2012년 대선에 당선될 그 누군가를 닮은 것이 분명하다.
월출산 큰바위 얼굴은 함부로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아침 10시에서 11시 사이, 월출산 천왕봉에서 내려와 구정봉으로 가는 중간지점 바람재라는 평지에서 남쪽을 바라봐야 큰바위 얼굴이 드러난다. 큰바위 얼굴이 드러나는 구정봉은 백제왕인 박사의 탄생지 뒷산이며 중턱에는 도선국사를 모신 도갑사가 자리하는 예사롭지 않은 자리다.
물끄러미 올려본 큰바위 얼굴. 재미있게도 이 얼굴은 세 후보 중 그 누구와도 닮지 않아 있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세 후보의 얼굴을 하나로 합쳐야 나올 수 있는 얼굴이었다. 생김새만 따지자면 일단 세 후보와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특출 나게 솟은 봉우리도 아니며 그저 둔덕처럼 사람들이 밟고 올라가면서도 그 모양을 잘 모르는 특징을 가진 희한한 큰바위 얼굴이었다.
문득 지난 미국 방문 때 공부하게 된 이승만 대통령이 떠올랐다. 이승만 대통령은 배재학당 출신으로 조선인으로는 놀라운 학력을 가진 인물로 성장한다. 조지워싱턴 정치학 학사, 하버드 대학원 석사, 프린스턴 대학교 국제정치학 박사. 비록 장기독재로 불명예 속에 대통령 직에서 하야하고 하와이 망명생활을 하며 쓸쓸히 눈을 감았지만 당시 그 만큼 국제 정치를 잘 아는 사람은 적어도 대한민국 안에서는 없었다고 봐야 한다.
세계 최고의 지성인으로 독립운동을 선봉했던 그였지만 대한민국의 정세는 언제나 파국으로 치달았다. 해방 후엔 미군정으로 친일파가 청산되지 않았고 6.25동란까지 일어났으며 해방 후엔 끊임없이 국가의 안보를 위협하는 공산주의와 대립해야 했다. 그 당시 대한민국 대통령이란 자리는 정말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시를 지도하고 전후 복구에 최선을 다하셨다.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엇갈린 평가는 많지만 세계의 지성으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국민을 뜨겁게 사랑한 지도자였음은 부인할 수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이 될 만한 사람은 이승만 대통령 밖에 없었던 것도 같다. 김구 선생님은 뛰어난 민족 지도자였지만 국외에서 본다면 과감한 북한 출입 등 걱정스러운 시선도 많았다. 미군정 직후 미국은 당연히 이승만 대통령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수밖에 없었다. 하버드대 석사, 프린스턴대 박사라는 학력은 미국 대통령 중에서도 찾기 힘든 명문 학벌이었으며 독실한 기독교신자이자 반공주의자란 점도 미국의 마음에 들었으리라 생각한다.
2012년 세계는 변했다. SNS의 확산으로 세계를 읽는 눈은 실시간으로 빨라졌다.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은 100년 전처럼 여전히 강대국 틈에 끼어있다. 미국은 여전히 탐욕스럽고, 중국은 예측불허의 나라이며, 일본의 제국주의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대한민국 지도자는 뛰어나야 한다. 달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열강들 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영암 월출산의 큰바위얼굴은 2012년 미래의 대통령 얼굴을 점지하고 있다. 백제인 왕인박사는 일본으로 건너가 고대 일본에 찬란한 아즈카 문화를 일으켰다. 지금의 일본을 있게 한 시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년 만 여명의 일본인이 왕인 박사의 탄생지를 성지처럼 순례하고 있다고 한다. 왕인박사가 점지한 월출산 큰 바위 얼굴의 주인은 누구일까.
아마도 세 사람의 마음을 합한 넓은 마음은 아닐까. 그 넓은 마음이 없을 땐 하늘도 외면할지 모른다. 여러분 마음속의 대선 후보와 얼마나 닮아있는지 지금 확인해보시길 바란다. (hooam.com/ 인터넷신문 whoi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