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이게 무슨 말이냐고? 농구 감독이나 선수, 때로는 TV 해설자들까지 한국 농구인들이 널리 쓰고 있는 독특한 영어 발음이다. 1891년 농구를 고안한 제임스 네이스미스 박사가 이 발음을 들으면 깜짝 놀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 입에 착착 달라붙는 이 용어들은 본고장 영어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KBL만의 영어, '크블리쉬'다.
농구인들이 쓰는 '크블리쉬'가 귀에 쏙쏙 들어온다면, 당신은 '듣기 영역'을 마스터한 진짜 농구팬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농구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이 단어들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면 당신은 이미 프로농구 마니아다.
'엉터리 영어'라고 화내지는 마시길. 1990년대 해적판으로 엉성하게 번역된 일본 만화 슬램 덩크에는 '아리우프(앨리웁)'라는 정체불명의 용어도 등장했으니, 이에 비하면 크블리쉬는 양반이다. 가장 자주 쓰이는 크블리쉬를 자세한 설명과 함께 용례로 알아봤다.
① 까드 (Guard· 농구에서 경기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하는 선수)
정확한 발음의 포인트는 '까'에 있다. 부드럽게 '가아'라고 말하거나, R 발음을 넣어 굴리면 안 된다. 귀화혼혈 선수인 이승준(원주 동부)이 인터뷰 중에 "우리팀은 그동안 까드진이 약했다"고 말하는 걸 확인했는가. 그가 이제 진정한 한국 농구 선수가 됐다는 증거다.
(용례) "함지훈이가 패스를 잘 하지. 농구 처음 시작할 때 까드 봤던 애거든." "김시래 양동근 투까드는 계속 갑니다."
② 쓰리포인 (Three pointer· 3점 슛)
th의 미묘한 영어 발음은 잊어라. 아주 간단하게 쌍시옷 발음으로 시작한다. 마지막 '트' 발음은 생략하는 게 포인트다. 중계방송 아나운서가 정확한 발음으로 말 하는 '석 점'과 같은 뜻이다. 약간 변주된 활용법도 있다. 만일 3점 슛을 영어로 바꿔 보라는 말에 불현듯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를 떠올리며 "뜨리, 뜨리~, 뜨리 포인트!"라고 소리쳤다면 당신은 전자랜드 골수팬이다.
(용례) "쓰리포인은 한계가 있어요. 전반에 잘 터지면 반드시 후반엔 확률이 떨어지게 돼 있어." "야! 너 쓰리포인 던지지 마. 리바운드만 잡아!"
③ 떵크 (Dunk· 덩크슛)
절대로 부드러운 D 발음으로 시작해서는 안 된다. '까드'와 비슷하게 덩크 역시 '떵크'로 발음해야 한다. 림이 부서질 듯한 파워 덩크가 나올 때 "떵크!!!!"라고 함께 외쳐준다면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함께 느낄 수 있다. 단, '슬램 덩크'처럼 앞에 다른 단어가 있을 때는 '슬램 떵크'라고 발음해선 안 된다.
(용례) "떵크 하려는데 뒤에서 뭐가 붕 하고 날아오더라구요. 바로 (블록에) 찍혀버렸네." "떵크 한 번 해보는게 소원이에요."
④ 일리갈 (Illegal defense· 수비자 3초 룰을 위반하는 수비)
발음의 포인트는 '갈'이다. 마지막까지 꼭꼭 눌러 힘을 줘서 "일리갈"이라고 발음해야 한다. '일리걸 디펜스' 혹은 '수비자 3초룰'을 모두 말하려면 힘드니까 간단하게 일리갈이라고만 하면 된다. 올 시즌부터 프로농구에서 수비자 3초 룰이 폐지되면서 각종 인터뷰에서 이 단어가 자주 쓰이고 있다.
(용례) "일리갈이 없어졌죠. 만일 하승진이 있었다면 KCC가 굉장히 이득을 봤을텐데…."
⑤ 짬뿌슛 (Jump shot)
미국 사람이 듣는다면 절대로 그 원형을 짐작할 수 없는 단어. 바로 '짬뿌슛'이다. 김태환 OBS 해설위원은 이 용어를 가장 차지게 구사하는 대표적인 농구인이다. 응용편으로 '미들짬뿌슛' '레얍(레이 업 슛)'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