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희본(29·본명 박재영)이 '제 2의 김태희'란 꼬리표를 제대로 뗐다. KBS 2TV 일일시트콤 '닥치고 패밀리'에서 미용강사 열희봉을 연기 중인 그는 외모 콤플렉스로 중무장한 '열성 유전자의 결정체' 캐릭터를 꾸밈없이 연기하며 호평을 얻고 있다. 매일 밤 치킨과 맥주를 먹으며 8㎏을 찌우는가 하면 80년대에서 온 듯한 촌스러운 의상과 곱슬거리는 헤어스타일로 바꾸는 등 열희봉을 위해 자신의 모습을 버렸다. 2005년 데뷔작 '레인보우 로망스'와 드라마 '빌리진 날봐요'(07) '할 수 있는자가 구하라'(10) 등으로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드러냈고 '닥치고 패밀리'를 통해 빛을 발하기 시작한 박희본을 만났다.
-캐릭터를 위한 외모 변신이 화제다.
"흔한 인물 보다 색다른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었다. 촬영 전 살을 찌우느라 스트레스를 받은 건 사실이다. 샤워를 하고 거울에 비친 내 몸을 보는데 '이렇게 미련하게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을 만나러 나갈 때도 펑퍼짐한 옷으로 가리게 되고 자신감도 없어졌다. 심지어 예쁘고 날씬한 친구들을 보고 부러워하는 마음까지 생겼다. 당시 느꼈던 열등감들이 열희봉을 연기할 때 순간 튀어나온다. 촬영이 시작되고 모니터를 하면서 '좀 더 찌울까?'라는 욕심이 나더라. 하하. 연기에는 경험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시트콤에서 갑자기 살을 빼 미녀로 거듭나는 건 아닌가.
"그런 내용이었다면 이번 작품을 선택하지 않았을 거다. 흔한 '신데렐라 스토리'가 아니라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현실적인 인물이라서 끌렸다."
-의상부터 헤어스타일까지 직접 연출한다고.
"소속사 없이 활동해 코디네이터도 없다. 다행히 원래 꾸미는 것에 관심이 많아 즐겁게 여긴다. 원래 머릿결이 고운 편인데 '악성 곱슬'이라는 열희봉의 특성 때문에 주기적으로 파마를 하며 머릿결을 안 좋게 만들었다. 한 달간 5~6번 파마를 해서 머리카락 끝이 갈라졌고, 자연스레 부스스한 연출이 됐다. 금테 안경에 다소 과한 패턴의 의상들을 코디해 촌티를 풍기고 있다. 일정관리에서 코디까지 홀로 하느라 몸은 바쁘고 힘들지만 재밌다. 상한 머리카락은 자르면 되지만, 이런 좋은 기회는 다시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시트콤을 찍으면서 큰 기쁨을 느끼는 순간은.
"'공감했어요'라는 말을 들을 때다. 내 트위터나 '닥치고 패밀리' 홈페이지 게시판에 이런 내용의 글을 많이 남겨 주신다. 가까이 존재하는 친구 같은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 중인데 그걸 인정 받는 것 같아 참 행복하다."
-극중 심지호·민찬기와 삼각관계에 빠진다. 이유는 뭘까.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싶어서인 것 같다. 부딪히는 횟수가 늘면서 희봉의 매력에 빠진 것 아닐까? 하하."
-실제 희봉이라면 누구를 선택할 건가.
"단연 심지호 오빠다. 희봉은 누구에게나 잘해주는 민찬기에게 끌림을 느낀다. 하지만 나는 이성적인 호감을 못 느끼는 사람이 '누구에게나 잘 해주는 사람'이다. 많은 사람들에게는 까칠하지만 나에게만 잘 해주는 남자가 더 좋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남자면 더 좋겠다. 연애를 안 한지는 좀 됐지만 지금은 일에 더 열중하고 싶다."
-데뷔 이래 가장 힘들었을 때는 언제인가.
"2008년 쯤 폐에 물이 차는 폐늑막염으로 4개월간 병원신세를 졌을 때다. 19세 때 밀크 멤버로 합류해 숙소생활을 하다가 2003년 팀이 해체되면서 세상에 나오게 됐다. 일이 잘 안풀려 스트레스를 받다가 결국 병에 걸렸다. 회복기에 우연한 기회로 승마를 배우게 됐는데 말과 교감하면서 정신적·육체적 치료를 받았다. 게다가 승마를 소재로 한 영화 '그랑프리'에도 캐스팅 됐고 크고 작은 작품활동을 하게 됐다. 당시엔 정말 힘들었지만 소중한 시간이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내년 2월 종영하는 '닥치고 패밀리' 촬영에 전념할 계획이다. 소중한 기회를 잡아 일하고 있으니 괜히 이것저것 신경쓰지 않을 거다. 작품에 대한 열망이 컸기 때문에 1시간을 자며 촬영을 하고 추운 곳에서 대기를 해도 마냥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