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FC 김학범(52) 감독이 프로 2부리그 출범을 앞두고 벌어진 지각 변동에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내셔널리그(실업축구)의 강호 고양 KB국민은행은 프로 2부리그 신생팀 안양시민프로축구단(안양 FC)와 통합해 2부리그 무대에 진출한다.(본지 14일자 10면 보도) 고양 KB국민은행이라는 이름은 사라지고, 안양 FC가 팀 운영을 맡는 흡수 합병이다. 국민은행은 메인 스폰서십 형태로 재정 지원을 할 계획이다.
고양 KB국민은행이 제의했고, 안양시가 받아들인 아름다운 만남으로 보이지만 김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김 감독은 "한국 축구계에 팀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라며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국민은행 역사가 사라지는 게 조금 씁쓸하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국민은행과 오랜 인연을 갖고 있다. 그는 1980년 실업축구단 국민은행에 입단해 1992년까지 12년 동안 선수생활을 했다. 은퇴한 후에도 국민은행 코치로 활동했다.
하지만 1997년 IMF사태로 축구단이 해체되면서 국민은행과의 연이 끊겼다. 김 감독은 "당시에 팀을 재창단하기 위해 노조위원장과 많은 노력을 했다"며 "다행이 3년 후에 재창단됐다"고 회상했다. 국민은행은 이후 2003년 고양시로 연고지를 옮겨 고양 KB국민은행으로 명맥을 이어왔다.
김 감독이 특히 걱정하는 건 고양 KB국민은행의 이우형 감독과 선수들의 거취였다. 이 감독은 김 감독의 제자다. 김 감독이 국민은행 코치일 때, 이 감독이 선수생활을 했다. 둘은 허물없이 지낼 정도로 친하다. 김 감독은 이 감독의 브라질 축구 유학도 주선했고, 국민은행 코치로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했다. 김 감독은 "아직 이 감독이 새로운 팀의 감독으로 내정될지는 모른다. 선수들의 거취도 불투명하다"며 걱정했다. 고양 KB국민은행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이 고스란히 안양 FC로 적을 옮긴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아직 확실히 결정이 난 것은 아니다.
김 감독은 "만약 이 감독이 계속 감독을 맡는다면 축하할 일이다. 언젠가 1부리그로 승격돼 함께 겨뤄볼 수도 있다"며 기뻐했지만 "팀을 해체하는 식의 흡수 합병보다는 승격을 통해 프로에 진출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비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