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도로사이클 간판 구성은(28·대구시체육회)이 호주의 프로팀 오리카-AIS와 입단식을 체결, 해외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 여자 사이클 선수로는 첫 해외 진출 사례가 됐다.
구성은은 15일 서울 용산구 LS용산타워에서 열린 오리카-AIS 입단식에서 "오랫동안 간직해온 꿈이 이뤄져 너무 행복하다"며 "이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사이클의 명예를 걸고 최선을 다해 달리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구성은은 누구
구성은은 2002년 아시아주니어선수권에서 5관왕을 차지하고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포인트와 스크래치 종목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2004년 트랙월드컵 스크래치 은메달, 2005 아시아선수권 포인트 금메달, 2007 세계B선수권대회 개인도로 동메달 등 메달 행진을 이어갔다. 2011년과 2012년 아시아선수권대회 개인도로에서 연거푸 은메달을 땄다. 올해 전국체전에서도 개인도로 금메달을 목에 거는 등 국내외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도로와 트랙 장거리에서 꾸준히 실력을 발휘했다. 현재 여자 사이클 대표팀에서 맏언니다.
구성은은 "국내에서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데 그동안 보여준 꾸준함과 성실함이 입단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해외 진출은 내가 처음이지만 앞으로 후배들에게 유럽 진출 문을 조금 더 열어줘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간다. 책임감이 막중하지만 지금 너무 행복하다"며 "많은 경기를 치르면 국내에서 뛰는 것보다는 세계 무대에 더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해외 진출 1호
남자는 조호성, 박성백 등이 해외 프로 팀에서 뛰기도 했다. 여자 선수는 구성은이 처음이다.
2009년 취임한 구자열 대한사이클연맹 회장이 사이클의 국제화를 위해 노력해 온 결과다. 대한사이클연맹은 국제사이클연맹(UCI)과 공조해 한국 여자 선수가 프로 무대에 진출할 수 있도록 다각도로 노력해왔다. 프레데릭 마니예 UCI 이사가 오리카-AIS에 구성은을 추천하면서 이번 입단이 이뤄졌다.
이날 행사에는 구자열 대한사이클연맹 회장, 제리 라이언 오리카-AIS 회장, 프레데릭 마니예 UCI 이사 등이 참석했다. 라이언 오리카-AIS 회장은 "첫 한국 선수를 맞이하게 돼 영광이다. 앞으로도 한국 사이클이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 구성은의 첫 승리를 기원한다"고 축하했다. 오리카-AIS는 구성은의 입단에 이어 2014년쯤에는 한국 선수를 1~2명 더 영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오리카-AIS는 여자 프로팀 중 세계랭킹 3위에 올라 있는 명문팀이다. 올해 세계선수권대회 때 여자 단체 도로 경기에서 2위에 입상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도로독주 은메달리스트인 주디스 아른트(36·독일) 등 호주와 독일, 뉴질랜드 등의 정상급 선수들이 소속돼 있다.
구자열 회장도 "중장기적 관점에서 선수 육성을 지속하면서 국내 인프라를 갖추도록 많이 신경쓰겠다"며 "한국 사이클을 국제화하는 데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향후 계획은
오리카-AIS와 1년 계약을 맺은 구성은은 소정의 수당을 받게 되고, 1년 동안 40개 이상의 대회에 출전할 수 있게 돼 성적에 따른 상금을 추가로 손에 넣을 수 있다. 대한사이클연맹 황순봉 사무국장은 "프로 계약한 신인은 대략 1년에 1만 유로(약 1400만원) 정도 기본 수당을 받는다. 여기에 일년동안 대회에 출전하면 최소 2만~3만 유로(약 2800만원~4200만원) 정도의 상금을 받는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구성은은 현재 태릉선수촌에서 겨울 체력 훈련 중이다. 국내외 사이클 대회는 10월로 이미 끝났다. 내년 초까지 체력훈련에 매진한 후 내년 1월쯤 호주로 건너가 오리카-AIS 팀에 합류할 계획이다. 2월까지 팀 훈련을 하고 2월말 팀의 베이스캠프가 있는 이탈리아로 가서 2013시즌을 시작하게 된다. 구성은은 "오리카-AIS에서 경기력을 길러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한국 최초로 사이클 메달을 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