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호의 절대노안에 완전 감사해요. 저와의 열살 나이차를 전혀 느끼지 못하게 해준 일등공신이에요. 깔깔깔." 6년만에 브라운관에 돌아온 김희선(35)이 호탕하게 웃었다. 벌써 네살배기 딸을 둔 엄마이자 결혼 5년차 주부이기도 한 김희선은 퓨전사극 '신의'에서 성형외과 전문의 은수 역을 맡아 고려 장군 이민호와 애틋한 사랑을 나눴다. 평균 시청률 10.1%(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가구 기준)로 높지도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는 성적표을 받아 아쉬움이 남을 법도 하지만 "워낙 기대치가 낮았어서 이 정도면 아주 훌륭하다"고 여유롭게 웃음을 지었다.
-6년만에 컴백이 화제였다. "시청자들에겐 6년 만에 인사했지만 나에게는 그리 오랜시간이 흐른거 같지 않다. 3년여동안 '신의'를 준비했었던 터라 마음은 이미 브라운관에 있었다."
-그래도 감회가 새롭지 않았나. "촬영 첫날 두시간 정도 일찍 현장에 도착해서 이민호의 연기를 지켜봤다. 정말 심장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내가 저 안에서 잘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막상 슛이 들어가니 이십년 내공이 어디가진 않았더라. 감독님께 '저 감떨어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잘하는거 같아요'라고 뻔뻔스럽게 말씀드렸다."
-다행히 발연기 논란은 없었다. "하하, 이래뵈도 촬영장 짬밥이 이십년이다. 90년대에 드라마 10개를 찍으면 그 중 6개는 시청률 30프로를 넘겼다. 설마 그게 다 운이었겠나. 이제까지 연기를 하고 살아가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봐달라. 매번 정말 열심히 한다."
-화제성에 비해 시청률이 아쉬운데. "요즘은 다들 핸드폰, DMB로 보고 그러지 않나. 이젠 체감 반응이 중요한 시대인데 나쁘지 않았던 거 같다. 그리고 워낙 기대치가 낮았어서 만족한다. 사실 '해를 품은달'에서 한가인이 김수현과 호흡을 맞추고 얼마나 힘들었나. 나이차이 가지고. 나도 그렇게 될까봐 걱정을 많이했다. 이민호가 워낙 핫한 스타인데다 나이차도 많이 나니 나에게 얼마나 비난의 화살이 꽂힐지. 이러다 이게 복귀작이자 마지막 작품이 되는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인생이 모험인데 한번 부딪혀보자고 덤볐다."
-'신의'를 오랫동안 기다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은수 캐릭터가 정말 현실적이지 않나. 이제까지 드라마에 나온 의사들은 하나같이 비현실적이었던거 같다. 아무리 자기가 위험할 지라도 옆에 환자가 있으면 그를 먼저 돌본다. 최소한의 안전이 보장돼야 주변이 보이는 법인데. 그런 면에서 은수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인간적인 의사였던 점이 매력적이었다. 300억원짜리 고려청자를 보고 그걸 그냥 지나칠 사람이 어디있겠나. 그거 하나면 팔자가 바뀌는데. 고려청자를 끝까지 움켜쥐고 환자를 나몰라라 하는 그런 은수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막상 시청자들은 인간적인 의사 은수가 낯설었던거 같다."
-꽃남 이민호와의 호흡은 어땠나. "이제까지 내가 만난 배우 중 가장 착하다. 또 귀가 얇더라, 내 충고를 다 받아들인다. 깔깔. 그리고 이번 작품에서 나를 가장 많이 도와준 친구기도 하다. 내가 동안이 아닌데 그와의 나이차가 도드라보이지 않았던 것은 그의 절대노안 덕분이다. 김혜수 언니(42)와 함께 연인연기를 해도 모자람이 없을거다."
-이민호와의 연인 연기에 대한 남편의 반응이 궁금하다. "진짜 열심히 모니터해줬다, 이민호와의 키스신이 나오기 전까지. 그런데 그 뒤부터 딱 끊더라. 나를 바라보는 이민호의 눈빛이 싫다나. '난 니가 걔랑 키스하는게 싫어'라고 하는데 웃겨 죽는줄 알았다. 그리고 갑자기 운동을 열심히 하더라. 그걸 보고 여자가 역시 일을 해야한다고 느꼈다. 남편이 긴장을 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 다음 작품에는 더 핫한 아이돌과 호흡을 맞춰야겠다."
-결혼 5년차인데 금슬이 좋다. "둘다 술을 좋아해서 그런가보다. 열번을 싸우면 9번은 술로 화해한다. 술을 먹으면 아무래도 마음이 풀어지니까. '오빠, 빨리 사과해'라고 종용하면 남편은 또 넙죽 '그래'라고 한다. 둘다 워낙 스트레스를 안받는 성격이기도 하고. 사실 요즘 남편이 둘째를 갖자고 자꾸 졸라서 난감하다."
-'신의'가 끝난 지금 즐겨보는 드라마가 있나. "사실 '울랄라부부' 팬이다. '신의'를 방송할 당시에도 '울랄라부부'를 본방 사수할 정도로 재미있게 봤다. 특히 신현준 오빠의 연기가 압권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얼마전에 제주도 화보촬영을 딸과 함께 갔는데, 우리 딸이 '삼보승차'하는 애다. 세발짝 걸으면 유모차를 타야한다. 애를 힘들게 데리고 다니다보니 오빠한텐 좀 미안하지만 둘째는 좀 천천히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차기작 선정에 박차를 가해야겠다."
유아정 기자 poroly@joongang.co.kr 사진=김민규 기자 mg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