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부산 KT의 서장훈(38·207㎝)은 21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안양 KGC인삼공사전에서 1쿼터 시작하자마자 큰 부상을 당했다. KGC 김태술을 수비하는 과정에서 팔꿈치에 맞아 입술 안쪽이 찢어졌다. 피가 멈추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서장훈은 경기가 다 끝난 뒤에서야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서 서장훈은 입술 안쪽을 20바늘 꿰맸다. 입술 안쪽이 움푹 파여 이를 지켜본 구단 관계자도 놀랐을 정도였다. 정선재 KT 사무국장은 "입술 안쪽이 너덜너덜할 정도로 파였더라. 그런데도 끝까지 경기를 뛴 게 신기했다"고 했다. 치료를 마쳤지만 서장훈은 말도 잘 못하고 식사도 제대로 못 할 판이 됐다.
이미 서장훈은 이번 부상을 포함해 올 시즌 3차례나 다쳤다. 지난달 26일 서울 SK전에서는 김민수의 팔꿈치에 맞아 왼쪽 눈두덩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경기 후 병원에 가서 50바늘을 꿰맸다. 지난 11일 인천 전자랜드전에서는 주태수와 충돌하면서 왼쪽 눈 밑이 긁혔다. 지난 2005년 이후 목 보호대를 착용하고 경기에 나서고 있는 서장훈은 얼굴만 모두 70바늘을 꿰매 만신창이가 됐다.
그러나 서장훈의 투혼은 대단했다. 웬만한 새내기보다 더 하다. 서장훈은 눈 부상을 당한 뒤 한동안 이마에 붕대를 감고 코트를 뛰었다. KGC전에서는 입에 거즈를 물고 3쿼터에 나서 6점 3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서장훈은 올 여름 "2012-2013 시즌까지만 뛰고 은퇴한다"고 선언했다. 이미 은퇴를 선언한 마당에 1분 1초라도 더 뛰고 싶은 절박함이 담겨있다. 서장훈은 "다친 게 대단한 것도 아닌데 가만히 앉아 있으면 스스로 부끄러워진다. 코트에서 조금이라도 더 뛰는 게 팀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다"고 했다.
이를 지켜보는 코칭스태프들의 마음은 복잡하다. 전창진(49) KT 감독은 "뛰면 안 되는 상황인데 본인이 죽어도 뛰겠다고 해서 투입시키고 있다"면서 "뛸 때마다 장훈이 얼굴을 보면 솔직히 안쓰럽다. 투혼은 좋지만 마음 속으로는 안타깝다"고 했다. 서장훈과 프로 입단 동기였던 손규완(38) KT 코치는 "본인이 은퇴를 선언한 상황에서 더 절박한 마음에 뛰고 있다. 진짜 국보급 센터는 다른 것 같다"고 했다.
서장훈의 투혼은 KT의 상승세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시즌 초반 맥없이 무너졌던 KT는 서장훈의 투혼을 통해 근성을 익혔다. 서장훈의 잇따른 부상 이후 KT는 7승4패로 초반 부진을 딛고 올라서고 있다. KGC전에서도 KT는 경기 막판까지 접전을 펼치다 뒷심을 발휘하며 귀중한 1승을 챙겼다. 슈터 조성민(29·189㎝)은 "매 경기마다 장훈이형이 열정적이고 승부욕이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 투혼이 후배들에게 큰 자극을 가져다주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