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전주 KCC 허재(47) 감독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원주 동부 강동희(46) 감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허 감독과 강 감독은 20여년을 함께 한 호형호제다. 중앙대 1년 선후배로, 기아자동차 팀에서 황금 콤비로 인연을 이어왔다. 은퇴 후, 프로농구 감독이 된 후로는 감독의 애환을 공유하며 더 친해졌다. 그 오랜 인연이 올 시즌에는 이상하게 이어지고 있다. 전통의 명가 KCC와 동부가 동반 몰락하고 있다. KCC(5회)와 동부(3회) 우승 횟수만 8회다. 프로농구 16시즌 중 절반에 해당하는 기간동안 천하를 호령했던 두 팀이다. 하지만 올 시즌은 초반부터 부동의 하위권을 형성하며 지옥을 맛보고 있다.
동부(4승13패)가 9위이지만 꼴찌 KCC(2승15패)보다 더 나은 상황도 아니다. 동부는 21일 서울 삼성에게 지면서 6연패 수렁에 빠졌다. 사실 속이 더 쓰린 건 동부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에 빛나는 동부는 시즌 전만 해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뽑혔다. 윤호영(군 입대), 로드 벤슨(이적) 등이 빠졌지만, 프로농구 연봉킹 김주성이 건재하고 공격이 좋은 이승준이 가세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모래알 조직이었다. 믿었던 김주성마저 슬럼프다. 우승은커녕 하위권 탈출도 힘든 상황이다.
KCC는 올 시즌 꼴찌 0순위 후보이기는 했지만 현재 상황은 더 심각하다. 프로농구 사상 최악의 팀으로 전락할 위기에 몰려있다. 지난 16일 울산 모비스와의 원정 경기에서는 48점을 넣는데 그쳤다. 48점은 구단 역사상 최소 득점이었다. 또 모비스의 압박 수비에 1경기 역대 최다 24초 바이얼레이션 타이 기록(6개)도 세웠다. 눈에 띄는 선수라고는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1순위로 뽑은 코트니 심스(평균 득점 19.6·리바운드 8.2)뿐이다. 대부분 신인 선수들로 구성된 베스트5는 2라운드가 끝나가는데 아직도 몸이 덜 풀렸다.
공교롭게도 두 팀은 24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격돌한다. 1라운드에서는 동부가 KCC를 70-53으로 꺾었다. 개막 2연패였던 동부의 첫 승리였다. 반면 KCC는 동부에 지면서 개막 3연패를 당했다. 얄궂은 인연이다. 이번에도 두 팀은 연패 중이다. 두 감독 모두 절친 관계는 잊고 오직 승리를 외쳤다. 허 감독은 "동부전에서 꼭 잘하겠다"고 했고, 강 감독도 프로-아마 최강전 마지막 경기인 KCC전을 잡고 연패에 탈출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