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 왼손 투수들의 동반 이탈이 예상된다.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사령탑 류중일(49) 삼성 감독은 대체 자원을 찾아야 하는 숙제를 떠안았다.
류 감독은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들과 함께 WBC 대표팀 예비 엔트리(28명)를 지난 12일 확정 발표했다. 이중 미국 진출을 노리는 류현진(25·한화)과 부상 후유증이 있는 봉중근(32·LG)·김광현(24·SK)의 참가가 확실치 않다. 하필 한국이 국제 무대에서 큰 성과를 거둘 때 핵심 역할을 했던 '왼손 투수'들의 WBC 참가가 불투명해졌다. 이들 세 명을 제외하면 예비 엔트리에는 '다승왕' 장원삼(삼성)과 '홀드왕' 박희수(SK), 두 명의 왼손 투수만이 남는다. 말 그대로 좌완 실종이다. 류 감독의 고민은 깊어간다. 그는 "왼손 주축 선수들의 상태를 파악하고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체 선수는 (12월12일) 기술위원회와 상의해 다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이들을 대체할 만한 왼손 투수를 찾기는 쉽지 않다. 올 시즌 국내 좌완 중 10승 이상을 기록한 투수는 장원삼뿐이다. 류현진과 김광현이 각각 9승과 8승을 거뒀고, 중간계투 박희수가 8승을 올렸다. 예비엔트리에 들지 못한 좌완 중 최다승 투수는 삼성 차우찬과 한화 유창식(이상 6승)이다. 둘의 기량은 아직 '대표급'이 아니다. 한 야구해설위원은 "장원삼에 이어 올 시즌 차우찬과 유창식이 그나마 성적이 좋다. 둘 모두 가능성이 있는 투수이긴 하지만 국제 경험 부족으로 경기운영 능력이나 안정감이 떨어진다. 구위도 국제 무대에서 통할 것인지 의문이다. 사실상 대체자원으로 마땅치 않다"고 평가했다.
경찰야구단에서 군 복무 중인 왼손 장원준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장원준은 올해 퓨처스(2군)리그에서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6승4패 15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2.39을 기록했다. 북부리그 평균자책점 1위. 장원준은 올해 1군 무대에서 뛰지 못했지만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 연속 두자릿수 승리를 거뒀다.
올해 30세이브를 거둔 SK 마무리 정우람은 28명의 엔트리를 정할 때도 대표팀 발탁이 거론됐던 투수다. 하지만 정우람은 12월 중 군 입대 예정이다. 삼성 권혁(18홀드·평균자책점 3.10)도 국제 무대 경험과 빠른 공을 앞세워 WBC 엔트리 진입을 노린다.
왼손에서 마땅한 대체자를 찾지 못할 경우, 오른손으로 시선을 돌릴 수도 있다. 삼성 배영수(12승)을 비롯해 두산 이용찬·SK 윤희상(이상 10승)·KIA 서재응·삼성 윤성환(이상 9승)·롯데 송승준(7승) 등이 우완 후보군으로 꼽힌다. 류중일 감독은 "투수가 갖고 있는 능력만을 살펴 보겠다"고 했다. 왼손 투수의 이탈을 꼭 왼손으로 막을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