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외모 때문에 오히려 손해를 보며 살아온 연예인도 있다. KBS 21기 공채 개그우먼 김지민(28). 2006년 90대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KBS 2TV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에 입성해 KBS 연예대상 코미디부문 여자신인상까지 받아냈지만, 이후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얼짱 개그우먼'이라는 수식어만 가져야 했다.
하지만 김준현·박지선처럼 외모만으로도 '빵빵 터뜨리는' 동료들 사이에서 자신의 역할을 고민한 끝에, 인기 코너인 '거지의 품격'과 '불편한 진실'을 맡아 새로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자신이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허경환·김영희 등 다른 개그맨들을 돋보이게 하는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코너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 어느새 신인같은 외모와 어울리지 않게 '개콘' 내 개그우먼들 중 서열 2위에 오른 그를 만났다.
-예쁜 외모로 개그우먼을 꿈꾸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어린 시절에는 내가 개그우먼을 하게 될 지 상상도 못했다. 고등학교 시절에 입담이 좋아 선생님들 성대모사를 하며 친구들 사이에 인기를 끌긴 했다. 대학 시절에는 헤어디자이너가 될 줄 알았는데, KBS '개그사냥' 오디션에 아는 사람을 따라갔다가 덜컥 합격해버렸다. 그 후 '개콘' 오디션까지 합격해서 여기까지 오게 됐다."
-그렇게 시작한 것 치고는 2006년 KBS 연예대상 코미디부문 여자신인상까지 받아내며 승승장구했다.
"사실 그 상을 받고 엄청 민망했다. 게다가 그 이후에는 내가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지 않았나. '얼짱 개그우먼 신드롬'식의 수식어만 요란했던 것 같다. 나중에서야 그 상을 나에게 준 이유를 깨달았다. 다른 개그우먼과는 다른 나만의 색깔을 내 보라는 뜻이었던 것 같다."
-공백기가 길었다.
"2008년 말 부터 지난해 초 '9시 뉴스' 코너로 복귀할 때까지 쉬었다. 그 2년 동안은 워낙 한 게 없어 딱히 기억나는 것도 별로 없다. 큰 기대를 가지고 복귀한 것은 아닌데, 요새는 구멍난 양말을 신은 것만으로도 기사가 나오더라."
-예쁜 개그우먼으로서의 고충이 많을 것 같다.
"다른 개그맨들보다 잘난 게 많지 않다. 김준현이나 박지선만큼 웃길 수 있거나 외모가 재미있게 생긴 것도 아니지 않나. 하지만 나름의 장점은 있다. 박지선씨 같은 경우는 등장하기만 해도 사람들이 '웃기려고 나왔구나' 하지만, 나에게는 그만큼의 기대치가 없다. 그러다가 갑자기 망가지면 오히려 반전의 웃음이 나오는 셈이다. 사실 나 같은 캐릭터가 나름 유용하다. 남자들이 '작업 개그'를 할 때나, 여자들 사이의 '비교 개그' 같은 것을 할 때면, 나를 상대역으로 두고 다른 사람들이 웃길 수 있다. 그래서인지 내가 뽑힌 다음 해부터 비슷한 캐릭터가 계속 나온다. 허미영·곽현화·장도연·김희원 등 셀 수도 없다. 말하자면 내가 원조인 셈이다.(웃음)"
-'개콘' 개그우먼 서열 2위인데, 자신은 어떤 선배인 것 같나.
"후배들이 나를 굉장히 편하게 대한다. 장난칠 때 보면 내가 선배인가 싶을 정도다. 서열 1위인 경미 선배가 엄마같은 존재라면, 나는 이모나 삼촌같은 이미지다. 후배들이 조카들이 삼촌 대하듯 바라보는 것 같다. 심지어 후배 허경환은 나를 갈구기까지 한다. 언젠가 한 번 뒤엎을 날이 올거다. 내 키가 160cm인데, 149cm 정도까지 분노가 올라와 있다."
-김영희가 '김지민은 결혼하기 쉽지 않은 타입'이라고 하던데.
"원래는 여자보다 남자들과 더 친한 스타일이다. '개콘'에서도 스타크래프트 대회를 열면 송병준 정도는 가볍게 제압한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남자들이 나에게 다가오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 작년 크리스마스때도 혼자 백화점에 가서 헤드셋을 하나 사서 포장까지 한 다음에 나에게 선물로 줬다. 왠지 올해도 그럴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성형에 대해 해명하고 싶다. '해피투게더'에서 분명히 눈수술 얘기밖에 안 했는데, 성형녀로 낙인이 찍혔다. 과거 사진을 가지고도 말이 많더라. 사실 신인 때는 지금에 비해 8kg가 더 나갔다. 그 정도 다이어트를 하면 어떤 여자가 안 변하겠나. 과거 사진을 봐도 눈 말고는 찝어낼 수 없을 것이다. 얼굴에 지방하나 안 넣었고, 피부관리만 조금 한다. 억울할 뿐이다.(웃음)"
원호연 기자 bittersweet@joongang.co.kr 사진=양광삼 기자yks0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