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공연장에선 뮤지컬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막을 내린 '레미제라블'을 비롯해 '오페라의 유령' '맨 오브 라만차' '아이다' '벽을 뚫는 남자' '캐치 미 이프 유 캔' 등이 뮤지컬 팬들을 유혹한다. 그 중에서도 예매 순위 선두권을 달리며 기선을 잡은 작품이 '황태자 루돌프'(2013년 1월 27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다. 오스트리아 프로덕션에 '지킬 앤 하이드'로 알려진 브로드웨이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작곡을 맡았다. 혈연적으론 유럽의 인물을 소재로 한 '모차르트!'와 '엘리자벳'의 맥을 잇는 작품이다. 객석 점유율 90%를 상회하는 이 작품은 어떤 미덕으로 승부를 벌이고 있을까.
대비되는 1막과 2막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반전과 후반전의 경기내용이 확 다른 작품이랄까. 1막에서 다소 특징이 없어보이던 '황태자 루돌프'는 2막 시작부터 엔딩까지 불꽃을 태우듯 타올랐다. 그래서 피날레에선 박수를 치고 객석을 뜨게 된다.
이 작품은 1800년대 중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통치자였던 루돌프 황태자와 연인 마리 베체라의 비극적 사랑을 다룬다. 시대를 앞서가는 자유주의자인 황태자 루돌프는 통치 방식을 놓고 보수적인 아버지 프란츠 요제프 황제와 사사건건 다툰다. 그 갈등이 커지면서 요제프 황제와 타프 수상은 마리 베체라의 신변을 볼모로 루돌프에게 자유사상을 포기하도록 압박한다. 황태자비에게는 전혀 애정을 못느끼는 루돌프와 마리 베체라는 목숨을 건 사랑에 빠져든다.
1막은 전체적으로 평범했다. 스토리는 거의 반전이 없이 관객의 예상대로 흘러갔고, 연출·음악·의상·무대세트 등에서 기존의 공연을 뛰어넘을 수 있는 부분도 눈에 띠지 않았다. 1막이 끝났을 때는 '2막까지 이런 식이라면 볼 것도 없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앞서 '모차르트!' '엘리자벳'을 보았던 관객이라면 더욱 그랬을 것이다.
2막은 시작부터 긴박감 넘치게 전개됐다. 루돌프의 악몽 속에서 교수대와 시체가 등장해 그를 괴롭혔다. 비엔나 무역 박람회장에서 루돌프가 군중을 향해 죽음을 무릅쓰고 자유주의를 부르짖는 연설 장면, 자유주의를 지지하는 동료들이 루돌프의 가담 서약서를 황제에게 넘겨주는 장면은 반전을 끌어내 연출·스토리·음악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자칫 '지루한 공연'이라는 평을 날려버릴 수 있는 60분 간의 폭풍이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재현
본래 정치드라마이지만 한국 공연은 멜로 성격을 강화해 재탄생했다. 한국에서 대본·연출·음악 등을 국내 관객의 취향에 맞게 손질했다. 뮤지컬 제작사인 EMK 측은 "유럽 버전, 일본 버전과도 차이가 있다. 프랭크 와일드 혼이 두 개의 뮤지컬 넘버를 한국 버전에 추가해주었다"고 밝혔다.
2막은 1800년대 중반 오스트리아에서 부활한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이었다. 루돌프가 같이 밤이 보낸 후 마리와 셰익스피어의 '종달새' 싯구를 주고받는다거나 궁정극장 공연 장면에서 구스타프 클림트의 '로미오와 줄리엣' 그림을 걸어놓은 것도 다분히 의도적이다. 두 사람이 촛불 밝힌 하얀 침대에서 자살하는 엔딩에서 권총만 제거하면 '로미오와 줄리엣'의 것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자유주의 운동가로 설정된 마리의 캐릭터가 진부한 사랑으로 전락하는 걸 막아준다. 임태경·안재욱·박은태(루돌프), 옥주현·김보경·최유하(마리 베체라)의 연기는 꽤 안정적이다.
※ ‘황태자 루돌프’ 관객평
- 1막은 지루한 감이 있었는데, 2막에서 굉장히 몰입됐네요. 넘버들이 확확 꽂히진 않았는데, 하루 지나고 후폭풍이 와요ㅋㅋ(great7**)
- 안재욱의 연기…너무 기대한 걸까요…고음 부족… 성량 부족(chungran**)
- 1막은 심하게 실망, 2막은 볼만함.1막은 저렴한 번역과 극적이지 못한 넘버들과 연극과 같은 대사들의 향연으로 지루함이 느껴짐(miniping20**)
- 1막이 좀 지루한 감이 있네요. 화려함보다는 루돌프의 암울함에 비중을 둔 무대였던 거 같아요. 2막부터는 전개도 빠르고 두 배우의 호흡이 좋았습니다(barasa**)
- 호불호가 많이 갈릴 듯한 작품…. 내용은 탄탄합니다. 지루한 게 흠이지만!(hdy01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