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NBA, 스턴-샌안토니오 ‘벌금 전쟁’의 숨겨진 사연
미국프로농구(NBA)의 커미셔너(한국에서는 총재 개념) 데이비드 스턴이 샌안토니오의 항의성 경기 운영에 3억 여 원의 벌금 폭탄을 물렸다.
NBA 사무국은 1일(한국시간) 샌안토니오 스퍼스 구단에 벌금 25만 달러(약 2억7000만원)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샌안토니오가 앞서 11월30일 경기에서 마이애미 히트와 원정 경기를 치렀는데, 이 경기에서 주전 4명을 무더기로 제외시켰다는 게 벌금의 이유다. 샌안토니오는 6경기 연속 원정을 치르는 일정에 항의하는 뜻에서 마이애미와의 경기에 팀 덩컨, 마누 지노빌리, 댄 그린, 토니 파커까지 4명을 엔트리에서 빼버렸다. 경기는 마이애미가 105-100으로 이겼다.
NBA 사무국은 "샌안토니오가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기 위해 NBA의 이익을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규정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미국 언론과 팬들의 시선은 미묘하다. 경기의 질을 떨어뜨린 샌안토니오를 비난하는 팬이 있는가 하면 스턴의 벌금 징계가 과하다는 시선도 있다. 미국의 야후 스포츠는 "스턴의 '욱하는 성질'이 이번에도 또 나왔다"고 표현했다.
스턴은 '마케팅의 귀재'로 불리며 NBA가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키워낸 커미셔너다. 그가 '성질'을 낸건 순전히 상업적인 이유가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문제의 마이애미-샌안토니오 전은 각각 동부와 서부를 대표하는 강팀의 맞대결이었다. 이런 이유로 이날 경기는 전국방송인 TNT의 중계방송이 잡혀 있었다. 그런데 샌안토니오가 주축 선수들을 대거 빼버리자 방송사 측에서 NBA에 거세게 항의한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전국 중계방송까지 잡히는 등 상업성이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던 경기에서 샌안토니오의 그렉 포포비치 감독이 주전을 빼버리면서 상업성이 뚝 떨어진 게 사실이다. 또한 NBA는 수익의 상당 부분을 중계권료로 챙기고 있다. 스턴은 이 경기가 끝나고 곧바로 성명을 내서 팬들에게 사과했다.
샌안토니오와 스턴과의 미묘한 감정 싸움 역사도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스턴은 공공연하게 '빅마켓' 팀이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뜻을 비쳐서 샌안토니오와 같은 '스몰마켓' 구단의 감정을 건드렸다. 과거 스턴이 "내가 꿈꾸는 NBA 파이널은 LA 레이커스 대 LA 레이커스의 경기"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샌안토니오는 이를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NBA 플레이오프 때마다 이런 이유로 각종 음모론이 나오고 있고, 그게 구체화됐던 게 샌안토니오의 경기였다. 샌안토니오는 2007~2008 시즌 서부 콘퍼런스 결승에서 LA 레이커스를 만나 역전패하며 탈락한 적이 있다. 이때 배정된 심판이 이전에 샌안토니오의 핵심 선수인 팀 덩컨에 대해 감정적인 테크니컬 파울을 줬던 '악연'이 있었다. 이에 대해 샌안토니오 팬들은 데이비드 스턴이 의도적으로 '빅마켓' 팀을 밀어줘서 샌안토니오가 희생됐다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이런 감정의 앙금이 아직도 남아있는 상태에서 스턴이 '벌금 폭탄'을 물린데 대해 샌안토니오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은경 기자 kyong88@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