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대표 거포들이 타격폼을 '스와프(Swap·교환)'했다. 서로의 장점을 분석한 뒤, 자신의 단점을 보완한다. '주포' 최희섭(33)-김상현(32)의 2013년을 향한 방망이질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거포들의 타격 '스와프'
KIA는 지난달 30일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캠프를 마무리지었다. 선동열(49) KIA 감독은 "클린업 트리오의 모습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희망적이다"며 45일 간의 훈련을 평가했다.
특히 4~5번 타자를 맡고 있는 최희섭·김상현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둘은 하루 4시간씩 이어진 타격 시간만 되면 부지런히 배트를 돌렸다. 이따금 서로의 타격폼을 보며 긴 대화도 나눴다. 캠프가 끝날 무렵 '빅초이'와 '해결사'의 타격폼은 묘하게 달라져 있었다. 특유의 풀스윙을 자랑하던 김상현의 스윙궤도는 다소 작아졌고 최희섭은 호쾌하게 풀스윙을 했다. 마치 상대방의 폼을 닮아가려는 듯했다.
최희섭은 국내 복귀 뒤 줄곧 컨택트에 방점을 찍어왔다. 그는 "적시에 타점을 올려야 하지만 필요할 때는 연결자의 역할을 하는" 4번타자를 원했다. 복귀 후 보여준 극단적인 오픈스탠스의 폭을 줄이고 폼도 정리했다. 그러나 맞히는 데 신경을 쓰다 보니 타석에서 소극적으로 대처할 때가 많아졌다. 홈런수도 2009년 33개에서 이번시즌 7개로 줄었다. 부상 등으로 1군을 떠나있기도 했지만 4번타자의 결단력이 부족했다. 최희섭은 "(김)상현이에게 '홈런 치는 폼'에 대해 물어봤다"며 "나도 더 힘있게 방망이를 풀로 돌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반대로 김상현의 타격폼은 작아졌다. 김상현은 유망주 시절 힘이 있는데도 홈런을 생산하지 못했다. 변화구가 들어올 때는 지나치게 맞히는 데만 포커스를 맞춰왔다. 2009년 LG에서 KIA로 이적한 그는 풀스윙 히터로 변신했고, 그해 홈런 36개(타율 0.315, 141안타 127타점)를 올렸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홈런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장타율은 2009년 0.632에서 2011년 0.415로 뚝 떨어졌다. 김상현은 "무조건 돌리다 보니 투수들이 내 타격 스타일을 읽고 유인구를 던지기 시작했다. 허무하게 삼진이나 범타로 돌아섰다"며 "변화가 필요했다. 그동안 '후회 없이 돌리자'는 생각이었지만 이번 캠프에서 스윙폭을 조금 줄였다. 스탠스도 좁혀서 공을 보는 시간도 늘렸다"고 했다.
▶중매자는 김용달 타격코치
거포들의 타격폼 교환 '중매자'는 김용달(56) KIA 타격코치였다. 타격 이론가로 꼽히는 김 코치는 두 선수와 타격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그는 "김상현은 전체적으로 스윙이 큰 편이다. 최근 투수들이 변화구와 함께 빠른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김)상현이 역시 바뀌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코치는 "원래 힘이 있는 선수다. 타격 시 컨택트존까지 나오는 폭을 줄였다. 정확도가 높아지면서 다양한 방면으로 타구를 보낼 수 있게 됐다"며 "처음부터 폼을 키워서 나오면 스윙 스피드가 떨어진다. 궤도를 줄여도 장타는 나온다"고 설명했다.
최희섭에게는 메이저리그 시절 폼을 찾아줬다. 김 코치는 "(최)희섭이는 타고난 능력 자체가 뛰어난 선수다. 특히 196cm의 키와 115㎏대의 몸무게는 어디 가서도 뒤지지 않는 장점이다.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키가 크기 때문에 공의 상하 궤적을 잘 보고, 높은 공과 낮은 공을 구분할 수 있다. 그만큼 선구안과 출루율이 탁월하다. 김 코치는 "희섭이에게 '원래 정확도가 높으니 이제 체중을 이용한 스윙을 해라. 보폭을 넓혀서 하체에 힘을 실어라. 스윙을 지금보다 크고 힘있게 하면 홈런도 늘어난다'고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