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상(56) 한국여자축구연맹 회장이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선거 과정에서 네거티브 공방이 끊이지 않았다. 내년 1월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축구계 여·야의 대리전 양상으로 펼쳐진 탓에 더욱 갈등이 커졌다.
오 회장은 14일 경기도 이천 미란다호텔에서 열린 회장선거 임시대의원총회에서 투표에 참가한 대의원 15명(총 대의원 24명) 만장일치로 문상모(43) 서울특별시의회 의원을 제치고 제6대 회장에 당선됐다. 2008년 11월 5대 회장으로 추대된 오 회장은 이로써 2016년까지 4년 더 연맹을 이끌게 됐다.
낙선한 문 의원 측은 선거에 앞서 대의원 명부와 실제 투표에 참가하는 대의원이 일치하는 지 확인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일부 대의원이 반발했고, 감표위원으로 뽑힌 대의원 3명이 투표자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문 의원은 일간스포츠와 통화에서 “대의원은 일선 학교의 학교장이지만, 대부분 축구 감독들이 대신 와서 투표를 했다. 우리측 참관인 배석이 거절당하는 바람에 위임장을 제대로 지니고 있는지 조차 확인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문 의원은 또 “선거관리위원회도 구성되지 않았다. 정관에 선관위 설치가 의무사항이 아니라고 하지만, 상식 선에서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선거 이전부터 “대의원 구성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여자연맹 대의원은 초·중·고팀 대표자 4명씩 총 12명, 대학팀 대표자 5명, WK-리그(여자실업축구) 팀 단장 7명 등 24명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실업축구 단장을 제외한 16명은 선거 일주일 전 즈음 구성된다. 문 의원 측은 현재 수장인 오 회장이 마음대로 대의원을 고를 수 있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여자연맹 관계자는 “정관에 선거 5일 전까지 대의원을 정하도록 나와있다. 정관대로 했을 뿐”이라고 대응했다.
오 회장과 연맹 측은 오히려 문 의원 측이 선거판을 흐렸다고 주장했다. 오 회장은 “문 의원 측이 도지사나 교육감 등을 통해 대의원들의 총회 참석을 방해했다. 총회장까지 왔다가 학교장 전화 받고 되돌아간 대의원들이 부지기수”라며 “중상모략을 동원해 연맹 선거를 정치판처럼 만들었다”고 말했다.
여자연맹회장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투표권(전체 24표) 한 표를 갖는다. 재선에 성공한 오 회장은 프로축구 울산 현대 단장 출신으로 축구계 여당인 '현대가(家)' 계열이다. 문 의원은 야권 후보와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문 의원 측은 당선무효 가처분 신청 등 법적 절차를 고려 중이다. 문 의원은 “입후보에서 투표까지 절차상 불투명한 부분이 많다. 민주통합당의 스포츠복지포럼, 축구인들과 함께 상의해 법적 절차를 진행할 지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손애성 기자 iveri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