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창업주 고 이임용 회장의 둘째 딸 이재훈(56)씨가 동생 이호진(50) 전 태광그룹 회장을 상대로 "78억여 원을 지급하고 태광산업· 대한화섬·흥국생명 등의 보통주 10주씩을 인도하라"며 주식인도 등 청구소송을 냈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최근 이 씨가 이 전 회장에게 청구한 금액은 이 전 회장이 이 씨 명의로 빌린 돈과 그룹 계열사 주식 1~10주 정도다. 아직 정확한 재산규모가 드러나지 않은 만큼 상징적인 의미로 소송을 진행한 것이다. 그러나 향후 이 씨가 선대 회장이 물려준 차명재산이 드러나는 대로 소송규모를 늘릴 것이란 입장이어서 파장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씨는 양택식 전 서울시장의 장남인 양원용 경희대 의대 교수의 부인이다. 2004년부터 태광산업 비등기 상무직을 맡아온 이씨는 2010년 10월 태광그룹 비자금 수사가 시작되고 어머니 이선애 씨와 동생 이 전 회장이 검찰에 기소되자 이듬해 어머니와 함께 임원 자리에서 물러났다.
재훈 씨는 "검찰의 태광그룹 비자금 수사와 이후 공판 과정에서 차명주식과 무기명 채권 등 추가 상속재산이 드러났다"며 "이 전 회장은 1996년 선대 회장이 사망한 직후 상속 처리된 재산 외에 막대한 규모의 재산을 2003년부터 최근까지 단독 소유로 귀속시켜 내 상속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소장을 통해 "검찰의 태광그룹 비자금 수사와 이후 재판 과정을 통해 차명 주식, 무기명 채권 등 추가 상속재산이 공개됐다"며 "이 전 회장은 이 재산을 실명화·현금화해 놓고도 이를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씨는 "이 전 회장은 지난 1996년 선대 회장이 사망한 직후 상속 처리된 재산 외에 막대한 규모의 재산을 2003년부터 최근까지 단독 소유로 귀속시켜 내 상속권을 침해했다"고 강조했다.
이 씨는 향후 선대 회장이 물려준 차명재산이 드러나는 대로 소송규모를 늘린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 씨는 "아버지가 남긴 토지 등 부동산도 추가로 (소송에) 특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씨 측이 추정하는 차명 재산 규모는 주식과 무기명 채권 등을 포함해 최대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간 재산분쟁 신호탄?
이번 소송의 직접적인 배경은 이 전 회장이 이 씨 명의로 돈을 빌리고 갚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전 회장은 지난 2010년부터 횡령·배임 혐의로 사정당국의 압박을 받자 지난해 1월 구속을 피하기 위해 본인이 대주주인 흥국생명에서 이 씨가 부동산을 담보로 100억원을 대출받도록 알선했다. 그리고 이 전 회장은 이 씨에게서 이 돈을 빌려 횡령한 회삿돈 일부를 메운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전 회장은 빌린 100억원 중 31억3,000만원만 변제했다. 나머지 69억원에 대한 채무와 대출이자는 이씨가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여기에 이 전 회장을 대신해 2년 가까이 납부한 대출이자 7억여원을 더하면 모두 77억6000만원 정도가 된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이번 소송의 진짜 배경에 대해 물 밑에서 벌어지던 오너가 내부 갈등의 연장선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와관련 태광산업 주변에서는 이 전 회장이 2006년 아들 현준군에게 편법으로 지분을 몰아주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형제간 불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회장은 지난해 말까지 아들 현준군에게 태광그룹 계열사인 티알엠, 티시스, 한국도서보급, 동림관광개발, 티브로드홀딩스 등 5개 회사의 지분을 상당 부분 상속했다. 또 딸 현나 양에게도 상속을 진행 중이다.
이런 행보에 위기감을 느낀 오너가의 구성원들은 서로 뭉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번 상속소송은 시작일 뿐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불만을 품은 다른 오너가 일원이 추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 이임용 태광그룹 창업주는 이호전 전 태광그룹 회장을 비롯해 슬하에 3남3녀를 두었다.
한편 1400억원대 회삿돈을 횡령하고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지난해 1월 구속됐고 지난 2월 1심에서 혐의 대부분이 유죄로 인정돼 징역 4년6월에 벌금 20억원을 선고받은 이 전 회장에게 이번 소송은 엎친데 덮친 격이 됐다.
이 전 회장은 현재 건강상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처분을 받아 석방된 상태지만 검찰이 항소심에서 "구속집행정지로 석방되면서 수감 기간이 60여 일에 불과해 거의 처벌받지 않았다"며 이 전 회장에게 1심과 같은 징역 7년에 벌금 70억원을 구형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 전 회장에 대한 항소심 판결은 20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