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업계 '큰손' 신세계가 흔들리고 있다. 인천점을 롯데에 빼앗길 위기에 처한 데 이어 광주점이 위치한 금호터미널 건물 부지 매입을 두고 롯데와 경쟁 중이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세계 광주점이 장기 임대하고 있는 광주유스퀘어를 포함한 금호터미널 건물과 부지를 놓고 신세계와 롯데가 모두 현 소유주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에 매입 의사를 타진했다. 이곳은 지난해부터 신세계와 롯데가 건물 매입 위해 힘썼던 곳이다. 금호가 지난해 매각보다는 건물을 소유하고 임대하는 쪽으로 마음을 바꾸면서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다시 한번 롯데가 금호에 접촉을 하면서 '터미널 쟁탈전'이 시작됐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에서 지속적인 매입 의사를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롯데도 신세계 못지 않게 적극적이다. 광주터미널이 매물로 나오기만 한다면 사들이겠다는 의사를 여러 경로를 통해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속적인 구조조정과정에 있는 금호그룹으로서도 광주터미널 매각이 나쁘지 않은 선택인 만큼, 결국 더 좋은 조건을 내건 쪽과 손을 잡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단 신세계가 세들어 살고 있기 때문에 유리한 측면이 있지만 금호가 일단 팔기로 마음을 먹는다면 결국 좋은 조건을 내거는 쪽으로 기울지 않겠는가"라고 예측했다.
두 그룹이 한 부지를 가지고 충돌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롯데는 올해 신세계 인천점이 세들어 있는 인천 종합터미널 건물과 부지를 사들이기로 인천시와 협정을 체결해 양측간 본격적인 영토 싸움에 불을 질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롯데 측에 "인천터미널 인수는 공정거래법상의 기업결합 승인 심사 대상"이라고 밝혀 논란이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신세계 인천점은 백화점의 전체 매출 5조4000억원의 14.1%에 해당하는 76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알짜 점포라 신세계도 포기할 수 없다.
또 롯데는 신세계 강남점이 임대해 사용했던 센트럴시티를 인수하려고 호시탐탐 노려왔다. 이에 신세계는 급하게 센트럴시티 지분 60%를 문현진 통일교세계재단(UCI) 회장으로부터 1조250억원에 사들였지만 통일교 측이 이사회를 거치지 않고 매각을 했다는 이유로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해 이마저도 불확실해졌다. 신세계가 UCI와 맺은 1조원대의 의 센트럴시티 매입 계약이 물거품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에 신세계 측은 "국내에는 선의취득제도가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 결과가 뒤집히더라도 매입 계약은 유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신세계는 최근 롯데의 공격적인 기업 운영에 터미널을 끼고 있는 핵심 점포들이 흔들리고 있다. 이와 같은 양상을 반영하듯 두 회사는 주가까지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롯데의 주가는 연초부터 지난 14일까지 33만5000원에서 36만8000원 9.85% 상승했다. 반면 신세계의 주가는 같은 기간 24만2000원에서 21만9500원으로 9.29%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