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아기곰’ 정수빈(22)이 프로 데뷔 4년 만에 억대 연봉 대열에 합류했다. 2009년 데뷔한 그는 지난 18일 구단와의 연봉 협상에서 1000만원 오른 1억원에 2013년 재계약을 마쳤다. 기쁨도 잠시, 그의 어깨에는 무거운 책임감이 자리 잡았다. 정수빈은 “올해 아무리 생각해봐도 잘 한 것이 없는데…. 더 잘하라는 의미로 구단에서 배려해주신 것 같다. 내년에는 그라운드에서 ‘억’소리 나게 뛰어야겠다”며 웃었다.
정수빈은 올 시즌 101경기에 출장해 32타점 24도루·0.235(315타수 74안타)의 타율을 기록했다. 낮은 타율보다 그를 더욱 아쉽게 만든 것은 부상이었다. 정수빈은 지난 7월24일 잠실 LG전에서 투수 리즈의 공에 왼 종아리를 맞아 타박상을 입었다. 한 달 이상 원치 않는 휴식기를 보내고 복귀했지만, 불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9월30일 잠실 LG전에서 자신의 타구에 얼굴을 맞아 안와벽이 골절됐다. 기다리던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시즌 아웃되면서 정수빈은 눈물을 흘려야 했다.
부상으로 마무리 훈련에 합류하지 못하면서 남들보다 늦게 시즌 준비에 나섰지만, 그는 누구보다 많은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정수빈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운동에 전념하기도 부족한 시간이지만, 그는 올 겨울에도 어린이 환우 돕기를 시작으로 육아원 방문, 야구교실 개최 등 사랑 실천에 앞장서고 있다. 정수빈은 "시즌 중에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주는 방법이다. 내가 야구를 해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자체가 행복하다"며 웃어 보였다.
-프로 데뷔 첫 억대 연봉이다.
“작년에 (김)상수(삼성)의 연봉이 억대가 되면서 부러웠는데, 이제는 (허)경민(두산)이가 나를 부러워하겠다. 사실 올해 잘 한 것이 없어서 동결될 줄 알았는데…. 구단에서 내년에 더 잘하라고 배려해 주신 것 같다.”
-올해 유난히 불운과 부상이 많았다.
“성적도 아쉽지만, 부상을 당한 것이 지금 생각해도 너무 안타깝다. 포스트시즌을 꼭 나가고 싶었는데…. 마음은 그라운드에 있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아서 슬펐다.”
-부상은 나아졌나.
“마무리 훈련에 참가하지 않고 치료와 재활에 집중했다. 지금은 완벽히 좋아져서 운동을 시작했다. 잠실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데 남들보다 늦었던 만큼 더 열심히 해야한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
-프로 데뷔 때부터 비시즌 기간 선행을 많이 하는 선수로 알려져 있다.
“쑥스럽다. 나 말고도 좋은 일을 하는 선배님들이 많이 있다. 난 그저 시즌 중에 팬들에게 받았던 사랑을 이런 방법으로라도 돌려 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따름이다. 내가 야구를 해서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다.”
- 앞으로 계획은.
“1월 말 스프링캠프에 합류하기 전까지 몸 상태를 100%로 만들고 싶다. 내년에는 올해와 같은 부진과 부상을 다시 겪고 싶지 않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준비를 해야한다. 아무 생각 안하고 열심히 운동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