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도 이제 일주일 남았다. 한국 축구는 지난여름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 감동을 줬고,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 반환점을 돌았다. FC서울은 K-리그에서 성적과 마케팅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고, '철퇴'를 휘두른 울산 현대는 아시아를 제패했다. 2부리그 출범을 앞두고 광주FC는 첫 강등팀의 희생양이 됐다.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은 차기 회장 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했고, 연말 축구계는 내년 1월 말 열리는 축구협회장 선거 정국으로 뜨겁다. 다사다난했던 2012년 국내 축구를 되돌아봤다.
참 잘했어요!
◇K-리그, FC서울 천하
K-리그는 '서울 천하'였다. FC서울은 29승 9무 6패(승점 96)로 디펜딩 챔피언 전북(승점 79)을 따돌리고 2012 K-리그 정상에 올랐다. FC서울에서 선수(2000년), 코치(2010년), 감독(2012년)으로서 모두 우승을 달성한 최용수 감독은 '승마 세리머니'로 우승 기쁨을 표현했다. 데얀은 득점왕(31골), 역대 최초로 한 시즌 30골 고지에 올랐다. 몰리나는 도움왕(19도움). FC서울은 22차례의 홈 경기에서 총 45만 1045명의 관중을 유치해 16개 구단 중 최다 관중을 기록했다.
◇울산의 철퇴, 아시아를 혼내다
울산 현대의 '철퇴 축구'가 아시아를 제패했다.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문수구장 역대 최다 관중(4만 2153명)이 들어찬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울산은 알 아흘리(사우디아라비아)를 3-0으로 완파했다. 울산의 '철퇴'는 아시아에서 위력적이었다. 10승2무 무패 우승, 토너먼트인 16강부터 홈·원정 가리지 않고 6연승을 내달렸다. 아시아를 제패한 울산은 'AFC 2012 어워드'에서 클럽상·감독상(김호곤)·올해의 선수상(이근호) 3관왕을 차지했다.
◇황새의 눈물, 포항의 FA컵 우승
황선홍 감독이 5시즌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포항 스틸러스는 FA컵 결승에서 연장 후반 14분 박성호의 극적인 결승골로 경남FC를 1-0으로 꺾고 우승했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사령탑으로서 첫 우승을 경험했고, 우승 직후 감격의 눈물을 뚝뚝 흘렸다. 황선홍 감독은 부산 아이파크를 이끌던 2009년 리그컵 준우승, 2010년 FA컵 준우승의 아쉬움을 말끔히 떨쳐버렸다. 정규리그에서 지난해 2위, 올해 초반 부진했지만 후반기에 치고 올라와 3위로 마쳤다.
◇런던올림픽 사상 첫 동메달
2002 월드컵 4강을 잇는 한국 축구의 쾌거였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대표팀은 런던올림픽 일본과의 3~4위 결정전에서 박주영의 선제골과 구자철의 쐐기골로 2-0으로 승리했다. 3~4위전은 근래 한·일전 중 가장 뜨거운 매치였다. 선수들은 동메달을 목에 걸고 병역 면제 혜택까지 받았다. 올림픽 동메달 주역들인 박주영(셀타 비고), 기성용(스완지시티), 김보경(카디프시티) 등은 새로운 리그로 이적, 활약을 이어갔다.
◇19세 이하 아시아선수권 우승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U-19(19세 이하) 청소년 대표팀이 아시아선수권에서 깜짝 우승을 일궜다.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대표팀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열린 대회에서 이란, 우즈베키스탄, 이라크를 연파하며 우승 소식을 전했다. 박주영이 활약했던 2004년 이후 8년 만의 우승이다. 결승전 후반 추가 시간에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린 문창진은 결승전까지 4경기 연속골을 기록하며 MVP로 선정됐다.
분발하세요!
◇K리그 감독 잔혹사
올해 K-리그 감독들은 수난시대였다. 개막과 비교하면 연말에 10개 구단 감독의 얼굴이 바뀌었다. 스플릿시스템으로 매경기 강등을 피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 속에 인천(허정무→김봉길), 전남(정해성→하석주), 강원(김상호→김학범)은 시즌 중 성적이 부진하자 감독을 교체했다. 감독을 교체한 3팀은 공교롭게도 모두 강등을 모면했다. 시즌 후에는 성적 부진, 타팀 이동 등 이런저런 이유로 전북(이흥실→파비오), 수원(윤성효→서정원), 성남(신태용→안익수) 대구(모아시르→당성증), 대전(유상철→김인완), 광주(최만희→여범규), 부산(안익수→윤성효)의 사령탑이 바뀌었다.
◇최강희호 반환점
2014 브라질로 가는 여정이 반환점을 돌았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은 아시아최종예선 A조에서 2승1무1패(승점 7)로 2012년 일정을 마쳤다. 한국은 이란 원정에서 패하면서, 한 경기를 더 치른 우즈베키스탄(2승2무1패)에 승점 1점 뒤진 조2위다. 지난 6월 카타르, 레바논을 연파하며 2연승을 거뒀지만 후반기 우즈벡과 이란과의 원정 경기에서 1무1패로 부진했다. 대표팀은 내년 2월 6일 영국 런던에서 크로아티아와 평가전을 치르며 전력을 점검한다.
◇첫 강등팀 희생양, 광주FC
광주의 3월은 찬란했다. '비빔밥 축구'를 내세운 광주는 개막 후 3승1무로 초반 깜짝 1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12경기 무승으로 급속히 내려왔다. 그리고 11월말 치열한 탈출 경쟁을 벌이던 강등팀의 주인공이 됐다. 3월의 영광은 아스라이 옛추억이 됐다. 15위로 시즌을 마감한 뒤 최만희 감독은 자진 사퇴했다. 뒤이어 광주는 대표이사, 단장도 물러났다. 내년 2부리그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기대할게요!
◇상주 상무의 보이콧
2부리그 출범을 앞두고 군인 팀인 상주 상무의 클럽 자격이 뜨거운 감자가 됐다. 9월, 프로축구연맹은 AFC 프로클럽 자격 기준(독립법인화, 프로선수 계약)을 충족하지 못한 상주를 내년 2부리그로 자동 강등을 발표했다. 그러자 상주는 K-리그 보이콧을 선언하며 맞섰다. 잔여경기 보이콧은 첫 사례였다. 결국 상주는 9월부터 시작된 스플릿시스템 그룹B의 12경기를 포기, 몰수패 처리됐다. 한편 상주는 법인 허가증을 발급받아 법인화 작업을 하고 있다.
◇축구협회 잇단 구설수
대한축구협회장은 일년 내내 구설수에 올랐다. 연초에는 축구협회의 횡령 비리 직원에게 억대 퇴직 위로금을 지급한 일이 드러났다. 문제가 불거지자 김진국 전무가 책임을 지고 옷을 벗었다.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직후 박종우의 '독도 세리머니'에 대처하는 협회 일처리도 도마에 올랐다. 일본에 굴욕적인 사과 이메일을 보낸 것이 밝혀졌다. 조중연 회장은 차기 회장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내년 1월 28일 새로운 축구협회장을 뽑는다. 김석한 중등연맹회장이 출마의사를 밝혔으며 정몽규 프로연맹회장, 허승표 피플웍스 회장도 도전장을 내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