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스포츠는 그 어느해보다 풍성했다. 특히 4년에 한번 열리는 스포츠 축제 런던올림픽이 한여름밤을 뜨겁게 달궜다. 또 유로2012, 월드컵 예선 등 굵직한 축구 경기도 많았다. 선수들이 흘린 땀과 눈물이 많은 사람들을 웃고 울린 반면 실망스럽고 분노하게 만든 소식도 있었다. 그렇게 스포츠를 통해 희노애락을 많이 느꼈던 한 해였다.
일간스포츠가 테마별로 나눠 2012년 국내외 스포츠를 정리해봤다.
눈물
신아람: 억울함과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런던올림픽 펜싱 여자 에페 개인 4강전에 신아람은 독일 브리타 하이데만과 연장전 경기 종료 1초를 남겨놓고 3차례나 공격을 막아냈다. 그러나 1초는 1시간보다 길었다. 결국 4번째 공격을 허용하고 패했다. 신아람은 1시간 넘게 피스트에 앉아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쑨양(중국): 런던올림픽 자유형 남자 1500m에서 세계신기록(14분31초02)을 세우며 금메달을 확정지은 후 폭풍 눈물을 흘렸다. 결선에서 실격을 당할 뻔 했던 위기를 딛고 금메달을 따내 울음이 터졌다. 쑨양은 출발 신호가 울리기 전에 먼저 뛰어들었지만 '출발'이 아닌 '제자리로' 신호 때 뛰어들어 실격을 면했다.
감동
장미란: 역도 여왕 장미란은 어느때보다 힘들게 올림픽을 준비했다. 교통사고 후유증에 허리, 무릎 통증 등 잔부상이 많았다. 그래도 끝까지 이를 악물었고, 런던올림픽 역도 여자 +75㎏급에서 세계 4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경기 직후 바벨을 애인처럼 어루만진 장미란은 "올림픽을 준비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오스카 피스토리우스(남아공): 의족 스프린터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4년 전 베이징올림픽 출전 실패의 아픔을 딛고, 마침내 올림픽 무대를 밟아 정상인들과 당당히 대결을 벌였다. 비록 400m, 1600m 계주에서 모두 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올림픽에 나서겠다는 불굴의 의지에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보냈다.
오심
조준호: 이보다 더 황당할 수는 없다. 런던올림픽 유도 남자 66㎏급에서 에비누마 마사시(일본)와 상대한 조준호는 판정승을 거뒀지만 심판진들의 번복으로 패했다. 당시 마사시조차 "한국 선수가 이겼다"고 했고, 일본 교도통신도 "심판들은 바보 삼총사"라고 비꼬았다.
투혼
김현우: 정신력 하나로 버텼다. 런던올림픽 전 엄지손가락이 골절됐고,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6㎏급 16강 경기 도중 상대 선수에 맞아 오른쪽 눈 주변에 시퍼렇게 멍이 들었다. 만신창이가 돼 있었지만 8년만에 한국 레슬링 금메달을 따내겠다는 의지 하나로 버텼고, 마침내 꿈을 이뤘다.
추락
이천수: 1년을 통째로 쉬었다. 지난해까지 일본 오미야에서 뛰었다가 소속팀을 구하지 못해 방황했다. K-리그 복귀를 시도했고, 전 소속팀 전남 홈팬들을 직접 찾아 머리 숙여 사과했다. 그러나 이천수를 임의탈퇴시킨 전남은 놓아주지 않았다. 2013년 K-리그에서 뛰는 이천수의 모습을 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랜스 암스트롱(미국): 고환암을 이겨내고 투르 드 프랑스 7연패를 이룬 인간 승리의 주인공. 그러나 금지 약물 복용 사실이 밝혀지면서 모든 우승 기록이 박탈됐다. 영웅의 날개없는 추락은 많은 팬들을 실망시켰다. 지금껏 칭송받았던 인간승리가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세리머니
박종우: 런던올림픽 축구 3-4위전 직후 '독도는 우리땅' 세리머니를 펼친 박종우. "정치적인 행위를 금지한다"는 조항을 어겼다는 이유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축구연맹(FIFA)의 조사를 받았지만 박종우에게는 '독립투사'라는 명예로운 별칭이 붙여졌다.
기록
데얀: 올 시즌 데얀은 K-리그의 역사를 새로 썼다. K-리그 통산 외국인 최다 골(122골) 기록에 이어 한 시즌 최다 골(31골) 신기록도 세웠다. 소속팀 FC서울의 우승도 이끌어냈고, MVP(최우수선수)도 오르며 천하통일을 이뤘다.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가히 메시를 위한 2012년이었다. 40년동안 깨지지 않았던 한 해 최다 골 기록(91골)을 경신했다. 또 2011-2012 시즌 전체 73골을 넣으며, 시즌 최다 골 기록도 갈아치웠다. 아직 25살밖에 안 된 그의 발끝에서 앞으로 어떤 기록이 쏟아질지 주목된다.
기술
양학선: 세계에서 유일한 '양1(공중에서 무릎을 편 채로 1080도를 회전)' 기술을 구사할 줄 아는 양학선. 런던올림픽 체조 도마 결선에서 양학선은 이를 성공시킨 뒤, 2차 시기에서 스카라 트리플을 성공시키며 한국 체조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다.
국민 여동생
손연재: 첫 올림픽 출전에 당당하게 세계 5위에 오른 리듬체조 요정. 러시아에서 피나는 훈련 덕분에 급성장한 기량뿐 아니라 순수하고 귀여운 외모로 2012년 최고의 '국민 여동생'으로 발돋움했다.
말
김재범: "죽기 살기 아닌 죽기로 했다" 런던올림픽 유도 남자 81㎏급 금메달을 따낸 뒤.
커플
오진혁-기보배: 런던올림픽 양궁에서 나란히 남·녀 개인전 금메달을 따내고, 공식 커플 선언. 2013년에는 올림픽 신궁 부부 탄생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