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철(23·아우크스부르크)이 하늘을 나는 특별한 휴가를 보냈다. 독일 분데스리가 휴식기를 맞아 고향을 찾은 구자철이 파일럿으로 변신해 F-15K 전투기를 탔다. 공군홍보대사인 구자철은 26일 오전 대구 공군 11전투비행단에서 공군 주력기인 F-15K에 탑승했다. 전투비행대대에서 F-15K 탑승 및 고속활주(High-Taxing)를 체험한 구자철은 오후에는 충남 계룡시 공군기상단으로 이동해 공군 행사에 참석했다. 구자철은 대전 유성에서 헬기를 타고 공군 11전투비행단에 도착했다. 그는 공군의 상징인 빨간 머플러와 비행장구를 착용한 뒤 F-15K 시뮬레이터실에서 스위치 조작법 등을 배웠다. 활주로로 나선 그는 영하 8도 맹추위에도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몇 명 타볼 수 없는데 무척 영광이다"고 했다.
구자철은 전투기가 이륙하기 직전 시속 250㎞ 속도로 활주로를 달리는 고속활주 체험을 했다. 그는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따고 시상대에 올라 태극기를 봤을 때 마음이 뭉클했는데 지금 비슷한 감정이다"고 말했다. 함께 참석한 공군 예비역 원사 출신 아버지 구광회(52) 씨도 "자철이가 어렸을 적에 부대까지 따라와서 전투기 구경을 했다. 그런 자철이가 이렇게 전투기를 타니 대견스럽다"고 했다. 구자철은 이현휘 소령으로부터 조종사들이 평소 시력보호를 위해 착용하는 선글라스를 선물로 받았다.
구자철은 공군 11전투비행단 행사를 모두 마친 뒤 충남 계룡시 공군기상단으로 이동했다. 그는 이날 오후 공군참모총장 성일환 대장이 참석한 가운데 공군 홍보대사 서포터즈 발대식, 팬미팅, 친선 풋살 경기에 참여했다. 구자철의 가족은 '애국 가족'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특별하다. 아버지 구광회씨는 24년간 공군 주력기 F-16 정비사로 복무하다 2002년 전역한 예비역 원사다. 친형은 ROTC 장교 출신이다. 구자철은 2012 런던올림픽 축구대표팀에서 뛸 때 "병역 혜택은 관심 없다. 국가를 위해 뛴다"고 했다. 그는 축구화에 태극기 자수를 새기고 분데스리가를 누비고 있다. 공군은 지난 8월 구자철을 공군홍보대사로 위촉했다. "구자철의 모습이 레이더로 영공을 감시하며 정밀 유도무기로 적진을 초토화시키는 공군 전투기를 빼닮았다"는 게 이유였다. 1989년생 뱀띠인 구자철은 내년에 대한 포부도 밝혔다. 그는 "올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2골을 기록 중인데, 7골·1도움을 더해서 공격포인트 10개를 채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