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을 지켜주십시오."
국내 최초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가 한국야구위원회(KBO)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쟁점은 '2013년 퓨처스(2군)리그 100경기 출전 여부'다. 하송 고양 단장은 2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KBO가 원더스에 창단을 요청할 때 했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분명히 2013년부터는 퓨처스리그 정식 참가를 약속했다.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1년 9월, 무슨 일이?하 단장은 지난 21일 KBO로부터 공문을 받았다. '고양은 2013년에도 퓨처스리그에서 번외로 48경기에 참가한다'는 내용이었다. 하 단장은 "2012년 시즌 종료 뒤 꾸준히 '2013년 퓨처스리그 정식 참가'를 요청했다. 사실 이는 고양이 창단할 때 KBO가 약속한 부분이었다. 그런데 KBO 쪽에서 대답이 없었고, 공문 하나가 도착했다.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는지, 이유를 말해주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2011년 7월 KBO는 젊은 기업가 허민(36)과 만나 '독립구단 창단'을 제안했다. 당시 KBO는 "연간 15억원이면 구단 운영이 가능하다. '퓨처스리그 정식 참가'도 약속한다"고 했다는 게 고양의 주장이다. KBO는 그해 8월26일 독립구단을 퓨처스 북부리그에 포함시켜 총 102경기를 치르는 '예비 일정'을 짜 원더홀딩스(고양 원더스 지주회사)에 전달했다.
하지만 9월6일 KBO가 다른 문제를 제기했다. 10억원의 예치금을 요구했고, 30여 명의 선수로 102경기를 소화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도 전했다. 원더홀딩스는 창단 유보 결정을 내렸다. KBO가 다시 설득에 나섰다. 하 단장은 "KBO가 'NC도 1년 동안 2군을 운영한 뒤 2013년에 1군에 진입한다. 원더스도 48경기를 해본 뒤 2013년부터 정식으로 퓨처스리그에 가입하는 것이 어떤가'라고 말했다"고 말했다. 원더홀딩스는 KBO의 요청을 받아들여 2011년 9월15일 KBO와 MOU를 체결했다.
고양 "1년 넘게 KBO의 요구를 들어줬다"하 단장은 "올해 3월 3억원의 예치금을 냈다. KBO가 북부리그와의 30경기만 편성하려고 해 남부리그는 고양이 원정만 치르는 조건으로 18경기를 추가했다. 심판비 등 경기 운영에 필요한 비용은 모두 고양이 지불했다"고 말했다. 2012년 일본 소프트뱅크 3군도 퓨처스리그에서 교류전(18경기)을 했다. 하 단장은 "소프트뱅크 3군에는 예치금도 요구하지 않고, 경기 일정상의 편의도 봐주더라"고 했다.
그는 "1년 넘게 KBO가 요구하는 것을 받아들였다. 창단 제안서를 작성할 때 KBO가 예상했던 15억원보다 훨씬 많은 40억원의 금액을 쓰면서도 '의미있게 구단을 운영하기 위한 투자'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2013년 100경기를 치르기 위한 준비를 해왔다"고 밝혔다.
KBO "아직 100경기를 소화하기에는 무리"하 단장은 "내년 1월 말까지 KBO에 꾸준히 요청할 것"이라며 "KBO가 우리와 약속했던 부분을 지키라는 것이다. 새로운 요구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고양은 퓨처스리그에 공식 편입된다면 KBO가 요구하는 가입금 형식의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 대신 "그만한 조건과 지위를 보장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구본능 KBO 총재는 최근 실무진에 "고양이 퓨처스리그에서 100경기를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보라"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지난 9월 "고양의 경기가 너무 적다"고 했다. 하 단장은 "9구단이 1군에 진입하고, 10구단이 창단한다. 선수수급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우리는 상무·경찰 야구단과 또다른 역할을 할 수 있다. 갈 곳 잃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곳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KBO는 "고양과 약속한 것은 '1년을 치러보고 조건이 되면 (퓨처스리그에) 정식 편입한다'는 내용이었다. 아직 100경기를 소화하기는 무리라고 판단해 48경기를 편성했다"고 했다.
하남직 기자 jiks79@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