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국회의원까지…’ 축구협회장 선거 왜 뜨겁나
양자 대결에서 삼파전으로, 이제는 5명까지 늘어났다. 대한축구협회 52대 회장을 뽑는 선거가 점입가경이다. 당초 축구계 여·야 대결로 점쳐졌던 선거가 군소 후보들이 가세하면서 한 치 앞을 전망하기 어려운 정국으로 변해가고 있다.
2012년을 마무리하는 연말에 안종복(57) 남북체육교류협회장과 윤상현(51) 새누리당 국회의원(인천 남구을)이 잇달아 축구 대권을 향해 출마의 뜻을 밝혔다. 안 회장은 3일, 윤 의원은 4일 출마 기자회견을 갖는다. 지난해 11월 김석한(59) 전 중등연맹 회장은 가장 먼저 후보 등록 의사를 밝혔다. 아직 출마를 발표하지 않았지만 축구계 여·야의 대표 인물인 정몽규(51) 프로연맹총재와 허승표(67) 피플웍스 회장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사상 첫 다자 대결이 될 가능성이 많다.
차기 축구회장은 오는 8일부터 일주일간 후보자 등록 기간을 거쳐, 28일 대의원(시도협회 회장 16명, 축구협회 산하 연맹 회장 8명) 총회에서 선출된다.
◇5파전으로 확대
김석한 전 중등연맹 회장은 일찌감치 출사표를 밝혔다. 김 전 회장은 10여년 전 서울시축구협회 재정담당 부회장으로 축구계 발을 들여놓았고, 2005년부터 중등연맹 회장을 8년간 맡아왔다. 인조 모피 전문업체 인성하이텍 대표이자 대주학원 이사장인 그는 "유소년 축구 발전 등 한국 축구를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중등연맹 회장을 지내며 조중연 현 회장과 가까운 사이다.
안종복 남북체육교류협회장은 축구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축구선수 출신인 그는 은퇴 후 프로축구 출범 때부터 대우 축구단에서 일했다.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 대한축구협회를 이끌던 1988~1992년에는 축구협회 기획관리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대우 단장, 인천 단장을 거쳐 인천 구단 사장까지 지냈다. 행정과 현장 경험이 풍부한 그는 "정몽규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와 허승표 퍼플웍스 회장은 현장의 축구인들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축구협회장 선거는 전략과 비전을 앞세운 정책 대결이 돼야 한다"고 개혁 목소리를 높였다.
현역 국회의원인 윤상현 의원도 축구협회장 선거에 뛰어들었다. 그는 국민생활체육 인천시 축구연합회장을 맡고 있으며 평소 축구에 관심을 보여왔다.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당선인의 최측근에서 활동했고, 대선이 끝나고 출마쪽으로 결심을 굳혔다. 새누리당의 실세 중 한 명인 그는 정치권의 후광을 등에 엎고 뛰어들었다는 점이 축구인들이 거부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여·야 유력 후보의 정중동
물밑에서 출마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정몽규 총재와 허승표 회장의 행보도 곧 드러날 전망이다. 후보 등록 기간이 일주일 남짓 남았다. 정 총재는 축구계 여권에서 추대할 후보다. 2011년 프로축구연맹 회장을 맡아 이사회 개편, K-리그 승강제 도입, 1·2부 리그 출범 등 굵직한 사안들을 추진해왔다. 지난해 승부조작 파문도 슬기롭게 풀어왔다. 정몽준 명예회장의 사촌 동생으로 축구계에 오랫동안 영향력을 미쳐온 현대가의 중심 인물이다. 범현대가인 권오갑 실업축구연맹회장, 오규상 여자축구연맹회장 등이 선거를 위해 뛰고 있다. 다만 프로연맹 총재 임기가 1년 남아 있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출마해야 한다.
허승표 피플웍스 회장은 과거 두 차례 선거에 나섰다가 낙선한 경험이 있는 야권의 대표주자다. 1997년 정몽준 명예회장에 패했고, 2009년에는 조중연 현 회장에 패했다. 그러나 2009년 당시에는 중앙대의원 표(5장)를 제외하고는 13-10으로 바람몰이를 했다. 조중연 현 회장 체제에서 지난해 말부터 조광래 전 대표팀 경질 절차, 횡령 비리 직원 거액 위로금 지급, 박종우의 독도 세리머니에 대한 굴욕 외교 문서 등 잇따른 구설수로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4년전 10표을 얻은 민심에다 서울, 부산 등 시도협회에서는 허승표 회장을 공개 지지하고 있다.
앞으로 4주 동안 치열한 대의원 포섭 경쟁이 벌어진다. 당선에 필요한 과반을 득표하기 위해서는 선거 막바지에는 후보자들간의 합종연횡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용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