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상생'은 불가능했다. 10구단 창단 주체는 경쟁을 통해 결정된다. 둘 중 하나만 선택하는 일종의 선거다.
수원·KT와 전북·부영의 10구단 유치 경쟁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과열'이 우려될 정도다. 양측은 새해 첫날이자 휴일인 1일에도 나란히 두 개씩의 보도자료를 경쟁적으로 뿌렸다.
그런데 굳이 정치 선거판의 '네거티브 전략'까지 끌어쓸 필요는 없다. 한 야구인은 1일 "양쪽 모두 자신이 없는 건가"라고 물었다. 2012년 마지막 날 수원시와 부영그룹이 날선 공방전을 펼쳤다. 네거티브의 분위기까지 풍겼다.
지난해 12월31일 한 매체는 수원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부영그룹에서 2010년 수원시에 프로야구 창단 의사를 나타낸 적이 있다. 당시 수원시에선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연고지 권유를 받고 있는 터라 적극적으로 검토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조사해본 결과 건설업을 모태로 하고 있는 부영그룹은 프로야구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부영은 즉각 반발했다. 부영은 2시간 후 보도자료를 통해 "사실무근이다. 오히려 부영은 지난 2009년 경기도와 수원시로부터 프로야구 9구단 창단을 검토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나 경제상황·9구단 체제의 문제점·수원시에서의 흥행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수원·KT와 전북·부영이 각각 손잡고 10구단 창단을 향해 뛰고 있는 상황에서 수원은 상대방 기업을, 부영은 경쟁자의 연고지인 수원시를 비판했다. 과열양상으로 치닫는 10구단 창단 경쟁의 단면이다. 서로에 대한 비판으로 2012년을 마무리한 점은 개운치 않았다.
'네거티브 전략'을 떠올리는 발언은 심심치 않게 나왔다. 전북도의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초 "KT 회장은 임기제 아닌가"라고 말해 수원·KT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부영그룹이 회장 중심 체제로 움직이니 의사 결정이 빠르다"는 장점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었다. 그러나 규모 면에서 부영에 앞서는 KT를 끌어내리려는 의도로 풀이할 수 있다. 수원시는 "전북의 '지역균형발전' 주장은 경기도에 대한 역차별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전북의 적극적인 홍보 활동에 '비난'으로 맞선 형태였다.
국내 프로야구는 사상 처음으로 '경쟁 체제'로 신생 구단 창단 작업을 펼친다. 야구인들은 "정말 행복하고 고마운 일이다. 2개 기업과 지자체에서 야구단을 창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야구계가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10구단 유치전'이 치열해질수록 야구인과 KBO의 근심도 커간다. 10구단 창단을 적극 지지하는 팬들이 기다리는 건 '상대가 10구단 주체가 될 수 없는 이유'가 아니라 '우리가 돼야 하는 이유'이다. 정책과 공약을 기대한다. '저쪽보다는 우리가 낫다'는 식의 공세는 이미 각종 선거를 통해 지칠 정도로 지켜봐왔다. "그렇게 자신이 없나. 왜 '우리는'보다 '저쪽은'이란 말이 더 자주 들리는가"라는 한 원로 야구인의 푸념을 수원·KT와 전북·부영은 어떻게 받아들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