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2013 프로농구에 본격적인 '삼국지'가 시작됐다. 서울 SK(1위), 울산 모비스(2위), 인천 전자랜드(3위)의 3강 구도가 확고하게 굳어져 가고 있다.
3위 전자랜드와 공동 4위 안양 KGC-창원 LG와의 승차는 5경기 차(이상 1일 현재)다. 3강팀과 중위권과는 전력상으로도 격차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 이변이 없는 한 올 시즌 3강 구도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3강팀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일까.
▶SK '자원풍족'
SK는 주전과 벤치 멤버 모두 풍족하다. 김선형, 주희정, 권용웅이 버티고 있는 가드진은 물론이고특히 포워드층은 10개팀 중 가장 두텁다. 변기훈, 박상오, 김동우, 최부경, 김민수, 애런 헤인즈는 누가 나서도 상대우위를 점하기 충분하다.
전희철 SK 코치는 "경기 중에 선수를 교체할 때가 돼서 벤치를 보면 예전보다 더 뎁스(depth, 깊이)가 깊어진 것 같다"며 웃음을 감추지 못한다.
SK는 그동안 늘 멤버가 좋았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해 성적이 부진했다. 특히 스몰포워드 포지션에서 상대팀의 미스매치를 유발하면서 공수에서 제 몫을 해낼 선수가 없어서 늘 높이가 약했다. 그러나 올 시즌 신인 최부경을 선발하고 박상오, 김동우를 영입한 게 '신의 한 수'였다. 이들 덕분에 SK를 막는 팀은 키 큰 스몰포워드를 막을 수비수가 마땅치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또 탄탄한 포워드진 덕분에 헤인즈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영리한 공격에만 집중할 수 있다.
SK의 약점을 굳이 하나 꼽자면 '변칙'이다. SK는 정통 센터를 이용해서 포스트를 강하게 만든 팀이 아니라, 포워드층을 이용해 높이의 우위를 지키는 변칙으로 재미를 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단기전에서는 변칙이 정공법 앞에서 약해질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모비스 '안정전력'
모비스는 포지션별 전력이 가장 안정적인 팀이다. 포인트가드에 김시래, 슈팅가드 양동근, 스몰포워드 문태영, 파워포워드 함지훈, 그리고 궂은 일을 잘 하는 성실한 센터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베스트5다. 어느 포지션 하나 빠지는 부분이 없다. 또 화려한 멤버 구성을 이루고 있으면서도 구성원이 개인 욕심을 내지 않고 이타적인 플레이를 하기 때문에 전력이 안정적이다. 올 시즌 모비스는 SK나 전자랜드에 비해 폭발적인 에너지를 보이지 못하지만, 착실하게 승수를 쌓아가고 있는데 이 역시 안정적인 전력 덕분이다. 하위팀에 발목을 잡히는 확률이 가장 적은 팀이기도 하다.
그러나 모비스는 가장 안정적인 전력임에도 불구하고 3강팀 중 가장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인다는 단점이 있다. 김시래-양동근의 투가드 시스템이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시즌 초반 투가드에 대한 비난에 시달리면서도 꿋꿋하게 "김시래와 양동근을 함께 기용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경험이 부족한 김시래가 수비에서 자주 실수를 저지르면서 종종 수준 이하의 경기력을 선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수교 SBS ESPN 해설위원은 "시즌을 치르면 치를수록 발전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팀"이라고 모비스를 평가했다.
▶전자랜드 '쌍포폭발'
전자랜드는 리그 최고의 '타짜'로 불리는 문태종, 그리고 올 시즌 득점 1위 리카르도 포웰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접전 상황에서도 '한 방'을 만들어낼 수 있는 안정적인 득점원이다. 특히 이들 '쌍포'가 동시에 폭발할 때는 어떤 팀도 전자랜드를 막기가 어렵다.
전자랜드는 문태종과 포웰 외에도 정병국, 차바위, 강혁 등 언제든지 외곽포 한 방을 터뜨릴 수 있는 슈터 자원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10점 이상 끌려가는 경기도 순식간에 뒤집을 수 있는 저력이 있다.
하지만 이 것이 전자랜드로서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고 있다. 외곽 공격이 풀리지 않으면 순식간에 분위기가 가라앉는 경우가 잦다. 3쿼터까지 잘 나가다가 4쿼터에 갑자기 역전을 허용해서 어려운 경기를 이어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