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월화극 '우리가 결혼할수 있을까'('우결수')가 호평 속에 종영했다. 2013년 새해 첫날인 1일 마지막으로 방송된 '우결수'는 드라마의 중심 축을 이뤘던 네 커플이 모두 해피엔딩을 맞는 모습을 내보내면서 막을 내렸다.
헤어졌다가 재결합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던 성준과 정소민 커플과 김영광·한그루 커플이 결혼에 골인했으며, 살림을 합친 김진수·최화정 커플은 50이 다 된 나이에 임신에 성공해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이혼소송을 하며 서로를 괴롭히던 김성민과 정애연 부부도 갈등을 접고 쿨하게 이혼에 합의했다.
이날 '우결수'는 방송 내내 3%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보이면서 인기를 모았다. 본방송 뿐 아니라 모바일 및 인터넷 다운로드를 통해 찾아보는 시청자들이 많아 '체감시청률'이 특히 높았던 작품이다.
▶결혼풍속 세심한 반영, 재치있는 연출과 대사도 화제
'우결수'는 각 세대가 가지고 있는 결혼에 관한 생각들을 현실적으로 반영해 화제가 됐다. 상견례부터 혼수준비에 이르기까지 젊은 부부가 결혼에 이르는 과정을 섬세하게 묘사해 공감대를 형성하는가하면 그 안에서 일어날수 있는 사소한 갈등까지 극적으로 풀어내 재미를 줬다. 젊은 부부 뿐 아니라 이혼경력이 있는 '돌싱'이 새 인연을 찾아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 또 이혼위기에 처한 중년부부들의 에피소드까지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로 폭 넓은 연령대의 시청자들을 끌어당겼다.
양가 부모들의 신경전 및 혼수문제로 마음고생을 하는 예비부부들의 이야기는 주변에서도 흔히 찾아볼수 있는 일. 드라마 속에서는 성준과 정소민이 '결혼준비 하다가 헤어질뻔 했다'는 대다수 부부들의 사연을 잘 반영해 몰입도를 높였다. 사랑만 있으면 살 수 있을것 같았던 연애의 과정이 '현실'이 되는 순간 어떻게 변해가는지 여실히 드러내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결혼 뿐 아니라 이혼과정도 디테일하게 그려 눈길을 끌었다. 김성민과 정애연이 이혼조정과정을 겪는 동안 끊임없이 내면의 갈등을 겪는 모습을 보여주고 이혼조정위원회에서 주고 받는 대사도 현실적으로 묘사했다. 방송이 나가고 난 뒤 JTBC 시청자 심의실에 '내 경험과 비슷하다' '이혼을 고려하게 됐다' 등 드라마에 대한 감상을 털어놓는 전화가 줄을 이었을 정도로 이슈가 됐다.
"잘 난 아들은 나라 아들이고, 돈 잘 버는 아들은 장모 아들, 신용불량 아들은 엄마아들" 등 명대사들과 재치있는 연출도 드라마의 기획의도를 명확하게 살려줬다. 뻔한 소재를 굳이 과장하지 않고도 재미있게 풀어내 드라마 업계에 큰 파장을 미쳤다.
송원섭 JTBC 홍보팀장은 "기존 드라마들이 주로 결혼이란 소재를 극적으로 해석하면서 재미를 추구한데 반해 '우결수'는 시청자들이 무릎을 탁 치면서 볼 수 있을 정도로 현실적으로 그려내 화제가 됐다"면서 "화제작 '내 이름은 김삼순'을 만든 김윤철 감독의 연출력과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을 집필했던 하명희 작가의 필력이 시너지효과를 냈다"고 분석했다.
▶이미숙·최화정 중견배우 진가 발휘, 성준 등 신예 발견
중견배우들의 명연기도 '우결수'의 백미였다. 특히 이미숙은 독보적이었다. 딸들을 ‘돈많은’ 남자에에 시집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억척 엄마 역을 맡아 데뷔후 한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독특한 매력을 뿜어냈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어떻게든 꺼내고보는 직설적인 성격에 화가 나면 온 집안을 뒤집어버리는 '무대포 정신', 제멋대로 쏘아붙이는 거침없는 입담으로 '우결수'를 상징하는 대표 캐릭터가 됐다. 불안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딸 정애연에게 "미리 딴 주머니 차면서 대비해"라고 '돌직구'를 날리는 우악스러운 인물인데도 이면에 인간적인 면모를 갖춰 측은지심을 자아냈다.
선우은숙은 이미숙과 팽팽한 대결구도를 형성하면서 재미를 줬다. '잘난 아들 둔 부모'의 입장을 반영하면서 현실적인 연기를 보여줘 '베테랑답다'는 말을 들었다. 설정 자체가 거칠고 센 이미숙의 캐릭터와 달리 우아하고 지극히 여성적인 인물로 그려져 보는 재미를 더했다. 오랜만에 정극 연기를 한 최화정도 김진수와 호흡을 맞춰 감초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김영광과 성준 등 신예들의 능력을 발견한 것도 '우결수'가 거둬들인 성과다. 그동안 두 사람이 꾸준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두각을 보이지 못했던게 사실. 하지만 '우결수'에서는 비중이 큰 역할을 소화하는 것 뿐 아니라 선배 연기자들 사이에서도 기죽지 않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 주연급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보였다.
정소민·한그루 등 기존에 인지도를 확보한 젊은 여배우들도 제 몫을 톡톡히 했다. 각각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를 연기하면서 물 만난 고기처럼 펄떡거리는 매력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