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전주 KCC 허재(48) 감독은 결정적인 순간에 아직 대학도 졸업하지 않은 신인 가드 박경상(23·180㎝)을 불렀다. 2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2-2013 KB국민카드 정규리그 창원 LG와의 홈 경기는 박빙이었다. 4쿼터까지 양 팀이 주거니 받거니하며 승부의 향방을 알 수 없게 했다. 경기 종료 28초를 남겨두고 74-74 동점 상황에서 KCC에게 공격권이 주어졌다. 허 감독은 마지막 공격을 위해 작전타임을 불렀다. 마지막 슛은 베테랑 김효범, 임재현 등에게 맡겨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절체절명의 순간에 허 감독이 믿은 건 신인 박경상이었다. 박경상은 10여초를 남겨두고 골밑을 돌파해 로드 벤슨을 피해 레이업슛을 성공했다. 76-74로 KCC는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허 감독은 경기 후 "박경상에서 12초 정도를 남겨두고 크리스 알렉산더와 2대2 공격을 펼치며 공격을 주도하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박경상은 "오늘 플레이가 별로였는데, 마지막에 감독님이 기회를 줘서 너무 감사했다"고 말했다. 신인에게 중요한 공격을 맡긴 건, 그만큼 믿는다는 뜻이다.
사실 허 감독은 박경상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이번 시즌 KCC는 베스트 멤버인 하승진(군 입대), 전태풍(이적), 추승균(은퇴) 등이 빠지면서 주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선수가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10월 신인 드래프트에서 뽑은 박경상까지 경기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박경상(24경기)은 올 시즌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는 서울 SK 최부경(26경기)과 비슷하게 출전했다. 준비되지 않은 선수에게 가차없는 허 감독은 박경상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을 답답해했다. 그래서 시즌 초반에는 "박경상은 아직 한참 모자르다. 대학에서 바로와서 아직 몸도 만들어지지 않았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시즌 중반이 지난 현재 허 감독은 박경상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웃음꽃이 핀다. LG전을 앞두고는 박경상을 한껏 칭찬했다. 허 감독은 "박경상은 '깡'이 있다"며 "밀리거나 져도 주저앉지 않고 또 시도한다"고 평가했다. 일취월장한 수비에도 좋은 점수를 줬다. 허 감독은 "박경상 수비에 깜짝깜짝 놀란다"며 "오리온스전에서 경상이가 수비하던 전태풍을 놓쳤다. 벌써 거리가 크게 벌어졌는데, 경상이가 순식간에 쫓아가서 슛을 저지하려고 점프까지 하더라. 스피드가 정말 대단했다"고 칭찬했다.
그래도 아직 신인이다. 포인트가드로 활약하는 박경상은 리딩과 수비에 치중하다보니 장기였던 공격이 떨어졌다. 허 감독은 "원래 슛을 막 던지는데, 요즘에는 많이 머뭇거린다"며 "슛이 안 들어가도 괜찮으니 쏘라고 해도 못하더라"고 말했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탓이다. 박경상도 "프로에 와서 정신없이 지냈다"며 "이제 프로농구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리고 "스타 선수가 아닌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올 여름에 있는 허 감독식 지옥훈련도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