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의 내야수 마이클 영(37)는 최근 팀을 옮기면서 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을 포기했다. 영의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그의 거취는 크게 주목을 받았다. 아버지의 나라인 미국과 어머니의 나라인 멕시코 중 어느 대표팀 유니폼을 입을지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WBC가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가장 다른 점은 '국적' 못지않게 '혈통'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고조부가 이탈리아 이민 4세인 마이크 피아자는 2006년 1회 WBC에서 이탈리아 대표로 출전했고, 어머니가 태국계인 자니 데이먼도 이번 대회에서 태국 유니폼을 입는다. 영의 경우 미국 국적이고 아버지가 미국인이지만 어머니가 멕시코계 미국인이라 미국과 멕시코 중 한 쪽을 선택할 수 있었다. 야구가 다른 종목에 비해 세계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채택된 제도다.
미국에서 태어난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1회 대회에서는 미국 대표로 출전했지만 2009년 2회 대회에서는 부모의 출신지인 도미니카공화국 대표팀의 일원이 됐다. 현재 호주 리그에서 뛰고 있는 구대성(43·시드니)도 호주야구협회가 영주권을 주며 대표팀 합류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 한국 대표팀에서는 WBC의 '혈통주의'가 적용된 사례가 없다. 부산고를 졸업한 뒤 미국에 진출한 백차승(33·오릭스)이 2회 대회에서 1차 엔트리에는 들었으나 최종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메이저리거라는 장점이 있지만 병역 문제로 미국 국적을 획득했다는 게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재미동포 3세인 최현(미국명 행크 콩거·LA 에인절스)이나 외할머니가 한국인인 다윈 바니(시카고 컵스)와 같은 선수들도 있다. 최현은 WBC 출전 희망 의사를 밝힌 적이 있고, 바니의 경우 메이저리그에서 주전으로 활약할 정도로 기량이 출중하다.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은 "언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기량이 뛰어나고, 본인의 의사가 강하다면 언젠가는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