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은 "미국에 가서 투구폼이 변했다"며 "외국 선수들을 옆에서 보고 하니, 나도 모르게 안 좋은 폼이 습득되면서 부상도 생겼다"고 했다. 그는 2011년 일본 라쿠텐행에 대해서도 "'내 것'을 찾고 싶었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그는 "옆에서 보고 제대로 따라할 사람이 없었고, 깊이 들어가서 가려운 곳을 긁어줄 사람을 못 만났다"며 아쉬움을 삼켰다. 그랬던 그가 '스토커'처럼 따라니고 싶은 이를 찾았다. 바로 이강철(47) 넥센 수석코치다.
이강철 코치는 김병현과 같은 우완 언더핸드 투수다. 원조 '잠수함'으로 이름을 날린 그는 지난해 10월 넥센 코치로 부임하며 "김병현의 명성을 되찾아주고 싶다"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두 사람은 비활동기간이었던 12월에도 따로 만나 많은 대화를 나눴다. 이 코치는 직접 섀도우 피칭 시범을 보이며 김병현이 잊고 있던 '옛 기억'을 찾도록 했다.
김병현은 "코치님과 이야기를 나누면 '예전엔 이렇게 던졌었지'하면서 머릿속으로 그림이 그려진다. 코치님이 섀도우 피칭을 하시는 걸 보면 정말 좋다. 지금 당장 공을 던지셔도 될 정도"라며 "깊은 곳을 짚어 주시니 더욱 좋다. 옆에서 스토커처럼 따라다니면서 배워야겠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병현은 국내 데뷔 첫 해였던 지난 시즌 19경기에 나와 3승8패3홀드 평균자책점 5.66에 그쳤다. 사구는 14개로 이 부문 1위에 오르는 불명예를 썼다. 메이저리거 김병현을 향한 기대에는 못미치는 성적임이 분명하다. 선발투수로 넥센 마운드를 지킬 올해에는 부활이 더욱 절실하다.
이 코치는 김병현에 대해 "투구밸러스를 잡는 게 우선이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 시즌 "병현이가 던지는 걸 보며 제구력과 볼배합에 문제가 있다고 봤는데 막상 대화를 나눠보니 투구폼이 무너져있더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병현이는 힘으로 던지는 스타일이다. 애리조나 시절부터 '지금은 좋아도, 나이가 들면 그런 폼은 길게 가기 힘들다'고 말해줬다"며 "선발로 긴 이닝을 던지려면 더 멀리 볼 필요도 있다"며 변화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되짚었다. 해결 방안은 힘이 아닌 리듬이다. 이 코치는 "(투구시) 뒷다리가 죽어있었다. 그러다 보니 체중이동이 많이 안 되었다"며 "힘을 쓰는 것보다는 가볍게 리듬을 타서 부드럽게 던질 수 있게 병현이와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김병현은 이 코치의 조언에 대해 "스프링캠프에서 열심히 준비해서 내 것으로 만들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이 코치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주니 나도 고맙다"며 "(폼을 되찾는 과정에서) 정체될 때도 있겠지만, 원래 잘 하던 선수라 빨리 감을 찾을 것이라고 본다. 가르친다기 보다 자신의 모습을 되찾게 해주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