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상급 한류 스타 소녀시대(태연·티파니·제시카·유리·수영·써니·효연·서현·윤아)가 1년 2개월여 만에 정규 4집 '아이 갓 어 보이(I Got a Boy)'를 발표하기 때문. 소녀시대는 데뷔곡 '다시 만난 세계'부터 '지''런 데빌 런''더 보이즈'까지 발표한 모든 곡을 히트시킨 가요계 대표 '흥행 보증 수표'. 성공을 넘어 가요계 지각변동을 예고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반응이 이전 앨범과 사뭇 달랐다. '실험적이다. 대중의 기호를 만족시키기엔 어렵다'는 평가부터 'K-POP의 수준을 한 단계 진보시킨 앨범'이라는 외신의 극찬도 나왔다. 호불호가 갈린 평가는 팬들 사이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소녀시대가 성공이 빤히 보이는 쉬운 길에서 '탈선'한 이유는 뭘까. ‘힙합걸’로 변신해 돌아온 소녀시대에게 이유를 물었다.
-새 앨범이 나왔다. 소감은.
"1년 2개월 만에 나왔다. 단체 활동은 참 오래간만이다. 어느 때보다 신나고 재미있게 활동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팬들이 오래 기다린 만큼, 좀 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타이틀곡을 도전적인 곡으로 준비했다. 수록곡들도 재미있는 곡들이 많다."(태연)
-지난 앨범과 가장 큰 변화는.
"뻔하지 않은 음악을 했다는 점이다. '이런 모습이겠지'라는 예상을 뒤엎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지금까지는 멜로디가 쉬어서 귀에 잘 들어오는 곡을 했다. 이번에도 비슷하면 실망하는 팬들이 있었을 것이다. 타이틀곡에 호불호가 갈린다고 하지만 어떤 곡을 갖고 나왔어도 반응은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차라리 여러 번 들어야 이해되는 곡을 하게 되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곡은 가사가 쉽지 않고, 내용도 이어지지 않는다. 9명이 다른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우리 나이 때 여자들의 수다라고 이해할 수 있다."(유리)
-타이틀곡에 대한 호불호가 갈린다.
"좋다는 분들도 있고, 이상하다는 분도 있다.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듣고 무슨 곡인지 몰랐고, 어느 파트가 포인트인지 집어내기도 힘들었다. 멤버 간 의견도 분분했다. 그런데 들으면 들을수록 좋았다."(서현)
-앨범이 나온 뒤 어떤 반응이 가장 인상적이었나.
"미국 빌보드지나 MTV 리뷰를 읽어봤다. '2013년의 음악 기준을 높게 세워놓고 시작했다'는 글이 감동적이었다. 'K-POP은 1년 2개월 쉬는 것은 12년 쉬는 것과 똑같아서, 부담이 컸을 텐데 새롭고 신선한 것을 가지고 나왔다'는 반응도 좋았다. 뿌듯했다."(티파니)
-타이틀곡은 어떻게 골랐나.
"곡이 우리에게 주어진 느낌이었다. 타이틀곡 후보가 두곡이었는데, 다른 한곡은 그냥 들려준 것 같다. '이건 그렇다 치고 이곡 들어봐'라면서 '아이 갓 어 보이'를 들려주더라."(유리)
-어떤 무대를 꾸며야겠다는 생각은 들던가.
"음악만 들었을 때는 낯설었지만, 계속 듣다 보니 머리 속에 뮤지컬 구성들이 떠올랐다. 퍼포먼스적으로 '보이는 음악'을 해야겠다는 판단이 섰다. 안무 구성부터 위트있게 만들었다. 이제는 무대가 재미있다."(윤아)
-안무가 굉장히 파워풀하다.
"너무 힘들어서 효연이 혼자 시키자고 했을 정도다. 처음에는 한 번 추면 힘이 들어서 20분 정도 쉬어야 했다. 한곡을 쉬지 않고 추면 마라톤을 한 것처럼 온 근육이 힘들었다. 페이스 조절이 중요한 안무다. 하이라이트는 후렴구 때 모자를 던지자마자 시작된다. 코브라 춤이라고 팬들이 이름도 지어줬다. 우리가 소녀시대란 자부심이 없으면 시도하지 못했을 춤이다."(태연)
"살이 절로 빠지는 춤이다. 안무를 끝내면 헬스클럽에서 트레이너가 '15개만 더더' 하는 것을 다한 느낌이다."(수영)
-다친 사람은 없나.
"몇 명은 파스를 붙이고 있다. 난 춤을 출 때마다 오른쪽 팔이 삐그덕거린다. 헤드뱅잉 때문에 목이 아프다는 멤버도 있다."(제시카)
-오랜만의 팀 활동인데 기분이 새로울 것 같다.
"활동을 따로 해도 항상 붙어있었다. SM타운 공연이나 소녀시대 공연 때문에 항상 함께 지냈다. 메신저로 배터리가 아웃될 때까지 매번 수다를 떤다. '음악중심' MC를 보다보면 팬들이 찾아오는데, 9명의 무대를 굶주려 하더라. 빨리 보여주고 싶었다."(서현)
-소녀시대도 이제 6년차 걸그룹이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자면.
"스케줄이 굉장히 많았고, 좋은 일도 쏟아져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해가 바뀔 때마다 다시 태어나는 느낌이다. 너무 바빠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6년을 알차게 보낸 것 같다."(서현)
-성숙함에 대한 부담감도 있을 것 같다.
"'우린 달라야 돼'라는 부담 보다는 '우린 다르지'라는 자부심이 있다. 이번 앨범에도 그런 생각이 반영됐다. 그런 의지를 갖고 서야 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어려운 곡을 하면서 똘똘 뭉치는 계기가 됐다. 우린 아직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유리)
-가장 힘들었을 때는.
"4년 전에 '댄싱퀸'이 발표 연기됐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 당시 걸그룹이 많이 나와서 '이 곡으로 자리를 잡자'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갑자기 공백이 생기면서 지금까지 준비한 것과 기대감들이 사라지니 혼란스러웠다. 어린 나이에 상처를 많이 받은 것 같다. 그 때 '우리 멤버들 밖에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티파니)
"내부적으로 위기는 언제나 있다.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다고 할까. 하하. 이젠 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안에서 모든 문제가 해결이 된다. 싸우더라도 어느새 풀어져 있다. 대화가 비결이다. 평상시 쓸데없이 느껴지는 수다가 큰 도움이 된다. 최소 9~13년 정도는 봤다. 이젠 멤버들이 가족 같다."(수영)
-걸그룹 중에서도 결혼하는 친구(원더걸스 선예)들이 생겼다.
"좋은 배우자만 만난다면, 우리도 가능할 것 같다. 멤버 중 누구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결혼 결정을 내린다면 찬성할 것 같다. 하지만 여러 가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좋은 배우자감인지 우리의 꼼꼼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태연)
-연애할 나이인데.
"남자들이 소녀시대를 어려워한다. 가끔 토크쇼에서 여자 연예인들이 나와서 남자 연예인에게 대시 받았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신기하다. 어떤 루트로 그런 고백을 받는지 궁금하다. 집 근처에만 나가도 사진이 찍히는데 어디 가서 뭘하고 놀아야하는지도 잘 모르겠다."(유리)
-여가 시간은 어떻게 보내나.
"우리끼리 밥 먹고 얘기하고 게임하는 재미로 산다. 새벽 4시까지 게임을 할 때도 있다. 요즘 인기있는 XX팡이 멤버들 사이에서도 인기다."(티파니)
"따로 살아서 이젠 숙소에 가도 내 방이 없는데, 시간이 비면 숙소에 갔다가 온다. 배달 음식이 낙이다. 요새는 뭘 시키면 배달원이 사인지를 들고 오더라. 치킨·족발·분식·보쌈·중국 음식 다 좋아한다."(윤아)
-이젠 술도 한 잔 할 나이다.
"완전 많이 마신다. 하하. 밖에서는 못하고, 숙소에 '소시 이자까야'를 만들어서 자주 마신다. 주로 맥주·샴페인을 놓고 파자마 파티를 하는데 완전 재미있다. 숙소에서 우리끼리 먹는 게 제일 맛있다. 티파니가 제일 잘 마신다. 써니가 고량주를 마시는 걸 보고는 깜짝 놀랐다."(효연)
-한류 선구자 격에서 싸이에 기수를 내줬다.
"워낙 컨셉트 자체가 달라서 비교가 어렵다. 선배님이 많은 길을 열어준 것 같아서 고맙고, 같은 한국 사람인 것만으로도 자부심을 느낀다. 우리도 ‘말춤’ 많이 춘다. 한국어로 된 노래가 이렇게 유명해진 점도 감사하다. 우리도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다. 선배님 건강은 괜찮은지 걱정이 될 정도다."(제시카)
-아이돌이 위기라는 이야기가 있다.
"아이돌 그룹이 너무 많은 것은 사실이다. 많아서 그런지 또렷한 색깔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에서는 예전으로 돌아갔으면 한다. 김건모 선배님이 노래를 부르고, 태진아 선배님이 엔딩을 장식하는 시대가 있었다. 다양한 음악이 사랑받는 시대가 왔으면 한다."(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