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올림픽은 지적장애인들이 스포츠를 통해 신체능력을 향상하고 사회적응 능력을 제고하여 생산적 사회구성원으로 거듭나게 하는 '지적장애인들의 축제'다. 미국 케네디 대통령의 누이인 유니스 케네디 슈라이버 여사가 1963년 지적발달 장애인 일일캠프를 개최한 데서 비롯됐다. 1968년 시카고에서 제1회 스페셜 올림픽이 개최됐다. 이번 평창 겨울 스페셜 올림픽은 10번째 겨울 대회로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열린다.
29일 평창과 강릉시 일원에서 열리는 2013 평창스페셜 올림픽에는 111개국의 3190명의 지적 장애인들이 참가한다. 이정현 평창스페셜 올림픽 홍보마케팅 본부장은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 모두 사연이 있다"며 특별한 이야기가 있는 선수들을 소개했다.
4~5년 시한부 판정 극복한 최경재의 도전
생후 8개월이 채 되지 않아 걸음을 뗀 최경재(18·고양홀트학교)는 형의 책으로 공부까지 하는 등 영재였다고 한다. 그러나 생후 23개월 무렵 문에 손가락이 끼는 사고를 당했다.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손가락의 상처는 파상풍에 이르렀고 뇌조직에 세균이 침입했다. 최경재는 결국 사후강직 증상으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두 달에 걸친 사투 끝에 의식은 회복했지만 중증 뇌성마비 진단과 함께 4~5년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뇌의 반을 잘라냈고, 시신경과 청각신경까지 손상됐다.
그러나 그는 19년 동안 살았고, 플로어하키 국가대표로 뽑혀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다. 필드하키 선수였던 어머니 김영숙 씨는 "아들이 보여주는 모든 것은 현대의학으로 전혀 설명할 수 없다"며 "기적이란 단어 외에는 표현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플로어하키라는 운동을 통해 경재가 웃음을 되찾았다. 죽음이라는 위험이 눈앞에 있어도 아들이 하키를 사랑해 말릴 수 없다"고 말했다. 최경재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수비를 더 열심히 하면 에이스가 될 수 있다. 언제나 목표는 승리다"고 말했다.
미국 입양아 헨리 미스, "어머니를 찾습니다."
헨리 미스(22)는 22년 전 한국에서 태어났다. 그는 신생아 때 합병증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한국 부모는 그를 버렸다. 미국 오레곤 포틀랜드의 미스 부부에 입양돼 미국에서 자랐다. 낸시 미스 부인은 "장애가 있다고 입양을 꺼리지 않는다"며 4년 동안 헨리를 간호했다. 헨리도 미국 생활에 적응했다. 고등학교 재학시절 스노우보딩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뽐냈고, 미국 스노우보딩 대표팀에도 발탁됐다. 이정현 본부장은 "헨리는 한국에서 스페셜 올림픽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했다고 한다. 그는 한국에서 자신을 낳아준 친부모를 찾고 싶어 한다"고 귀띔했다.
기적을 노래하는 박모세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이"라 불렸다. 그러나 그는 평창 겨울 스페셜 올림픽 개막식에서 애국가를 선창하는 주인공이 됐다. 경기도 고아주 삼육재활학교에 다니고 있는 박모세(21)의 이야기다. 그는 태어나기 전부터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진단을 받았다. 아이는 숨만 쉴 뿐 아무 기능을 할 수 없었다. 뇌수가 흐르지 않아 볼 수도 들을 수도 느낄 수도 없는 상태였다. 병원도 한 달 만에 "치료할 수 없다"며 내보냈다. 그러나 어머니 조영애(49)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조 씨는 아들을 데리고 여러 병원을 돌아다녔다. 박모세는 4차례의 뇌수술을 받았고, 90%의 뇌를 잘라냈다. 그러나 7살 때부터 말을 시작했다. 그리고 교회에 다니다가 찬송을 들으며 음을 알게 됐다. 그는 절대음감을 갖고 있었고, 지난 2002년 장애인 농구대회에서 애국가를 불러 화제가 됐다. 어머니 조 씨는"아들이 지적장애인 축제에서 애국가를 부르게 되다니 너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노숙자에서 국가대표로 성장한 임화정의 꿈
생활고로 노숙자 생활까지 했던 임화정(30)은 이번 스페셜 올림픽 쇼트트랙 대표다. 구타를 일삼던 아버지와 집을 나간 어머니, 하나 뿐인 남동생과도 생이별을 하게 됐다. 노숙자로 생활하며 어쩔 수 없이 도둑질까지 했던 소녀는 부산 혜원 학교에 들어가며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됐다. 부모님 역할을 자처한 이화정 교사가 임화정에게 사이클을 알려줬다. 임화정은 사이클을 하며 국가대표로도 성장했다.
그리고 2010년 겨울에는 쇼트트랙을 시작했다. 그는 훈련 한 달 만에 동계체저에서 동메달을 따는 등 재능을 뽐냈다. 그리고 2년 만에 평창 겨울 스페셜 올림픽 대표로 발탁됐다. 그녀의 꿈은 딱 하나다. 생이별한 남동생과 함께 사는 것이다. 그는 대회에서 받은 상금을 모두 저축해 동생과 함께 살 날을 꿈꾸고 있다.
평창=김민규 기자 gangaeto@joongang.co.kr 사진=스페셜올림픽 위원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