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를 알리는 종이 울렸다. 부영·전북은 열심히 잽을 날렸다. 하지만 경기 종료 직전 KT·수원의 큼지막한 스트레이트 한 방에 무너졌다. 선택과 집중의 전략에서 승부는 기울었다. 야구발전기금에서 KT는 200억원을, 부영을 80억원을 제시해 큰 차이를 보였다.
예상보다 적은 부영의 발전기금
당초 부영의 야구발전기금 액수는 최소 1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됐다. 평가위원회가 열리기 전날(9일) 부영이 보도자료를 통해 '회원가입신청서 항목 중 '연고지역 아마야구 지원' 부문에서 전북야구발전을 위해 100억원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명시했다'고 밝힌 만큼 기본적으로 이 금액은 넘길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었다.
지역야구를 위해 100억원의 거액 출연을 결정했기 때문에 야구발전기금 액수는 이보다 더 크게 내는 게 당연해 보였다.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100억원을 기본 전제로 플러스 알파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회원가입신청서 제출 후 "많이 쓴 것 같다. 며칠 후 밝혀지지 않겠나. 성의껏 썼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특히 새해 첫날 전북도를 방문해 지역 고교 야구팀에 2억원을 쾌척하는 등 이른바 '머니게임'에서의 자신감을 내비쳤던 터라 예상을 밑도는 금액에 의문점이 찍히고 있다.
부영 관계자는 "야구발전기금(80억원) 만큼 아마야구 발전(100억원)도 중요시했다. 또 무엇보다 NC의 사례(20억원)에 비춰봤을 때 이 정도면 적당할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선택과 집중의 실패
부영·전북은 그동안 수 차례 보도자료를 통해 구체적인 투자 금액을 제시하며 지역 야구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약속했다. 반면 KT·수원은 독립리그 운영과 아마야구 발전 방안 등을 밝히면서 투자 금액을 최대한 공개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파격적으로 야구발전기금 200억원을 내세웠다.
그동안 양쪽의 공약에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승부의 추를 기울게 할 수 있는 결정적 요인으로 야구발전기금이 꼽혔다. 야구발전기금은 10구단 평가위원회의 평가 항목 중 하나로 포함돼 있으며, 기존 구단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현실적인 공약'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2월 이사회에서 신생 구단 창단 자격으로 '가입금 및 야구발전기금 등 총 50억원 이상 납부'를 조건에 넣었다. 당시 9구단으로 창단한 NC는 가입금 30억원과 야구발전기금 20억원을 냈다. 부영은 NC와 비교했을 때 4배에 달하는 적지 않은 금액을 베팅했지만, 이를 크게 뛰어넘는 KT의 물량공세를 예상하지 못한 눈치다. 전북도 관계자는 "지역 야구발전 기금 100억원을 KBO 야구발전기금에 포함시켜서 제출했으면 경쟁이 됐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