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의 출정식이 열린 지난 15일. 유난히 상기된 얼굴의 청년들이 있었다. 데뷔 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게 된 김상수(23·삼성)와 유원상(27·LG)이었다. "'청대'(청소년대표팀)와 국가대표는 완전히 다른 느낌일 것 같다"고 묻자 두 사람이 입을 모았다. "형들에게 국가대표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좋은 비행기도 타고 근사한 숙소에서 묵는다고 하셨다. 최고의 시설에서 야구도 하고 여러모로 대우를 받는다고 들었다. 행복하다." 대표팀 막내들의 수줍은 고백에 장내에도 웃음이 터졌다.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만 받는 '특급 대우'
도대체 어떤 대접을 받는 걸까. 문정균 한국야구위원회(KBO) 운영팀장은 "야구 선수들이 '우리가 언제 이런 대우를 또 받아보겠는가'라고 느낄 만 하다"고 말했다. 1회 WBC 대회가 열린 지난 2006년, 한국 대표팀은 일본 도쿄에서 피닉스로 향하는 전용기를 탔다. 미국 WBC 주최 측은 두 명의 직원을 대표팀에 붙여 모든 편의를 제공했다. 미국 공항에서는 까다로운 입국 절차가 생략됐고, 최고급 리무진을 타고 숙소로 이동했다. LA에인절스 스타디움의 최신식 라커룸도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의 자긍심을 높였다.
4강에 진출한 2회 대회 때는 대통령 수준의 경호를 받았다. 현지 경찰은 한국팀을 위해 20여대의 경찰 차량을 동원했다. 경기장에 갈 때는 정체가 없도록 교통을 통제했다. 준우승 뒤 귀국할 때는 호텔에서 공항의 전세기까지 '논스톱' 직행 서비스도 받았다. 김태균(31·한화)이 "스파이크에 묻은 흙을 털어주고 무거운 짐가방까지 호텔로 이송해줬다. 깜짝 놀랐다"고 할 정도였다.
평소 해외에서 2인 1실을 쓰던 선수들은 LA 특급 호텔에서 독방을 썼다. 호텔 로비에 한국식 뷔페가 준비돼 있었지만, 선수 1인당 100달러의 식비가 별도 지급됐다고 한다. 1, 2회 대회에서 대표팀 매니저를 맡기도 한 문 팀장은 "경기를 마친 후 버스로 나오는데 경찰들이 엄호를 했다. 다들 처음 보는 광경에 놀라워 했다"고 전했다. 김상수와 유원상이 선배들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잊지 못할 만 했다.
4강 못 가면 소용 없다?
이번 3회 대회에 나가는 막내들의 꿈은 4강에 진출해야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WBC는 대만 타이중과 일본 도쿄에서 1, 2라운드가 열린다. 전용기는 2라운드에서 일본이나 쿠바 대표팀을 꺾은 후 미국에 갈 때 탈 수 있다. LA경찰의 비호도 조금 늦게 받는다.
문 팀장은 "전용기라고 하지만 에어포스원처럼 기내에 바가 있는 건 아니다. 이코노미 석을 비즈니스 석으로 꾸민 정도다. 자리가 넓고 쾌적하다. 체격이 큰 야구선수들이 좋아한다"며 "올해는 대만과 일본에서 1, 2 라운드를 치르러 갈 때 일반 비행기를 탄다. 4강에 올라가야 특급 대우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