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K리그 우승팀과 준우승팀이자, 최근 4년간 우승을 번갈아 차지했던 FC서울과 전북 현대의 올 겨울 행보가 대조적이다. 디펜딩 챔피언 서울은 필요한 선수 1~2명 영입에서 그치고 오히려 팀에서 뛸 자리가 없는 선수들은 적극적으로 타팀으로 보냈다. 전북은 돈보따리를 크게 풀어 타팀의 에이스급 선수들을 무더기로 영입하고 있다.
모기업의 든든한 지원으로 우승을 향한 더블 스쿼드를 꾸리려는 전북의 물량 공세는 잉글랜드의 맨체스터시티와 닮았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서울은 과거보다 돈 씀씀이가 줄고 내실 경영을 한다. 최근 첼시, 맨체스터시티 등 갑부 구단주들의 구단들과 돈싸움에서 밀리는 맨체스터유나이티드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FC서울, 오히려 몸집이 줄다
우승팀 서울은 영입한 선수보다 빠져나간 선수들이 훨씬 더 많다. 지난해보다 선수층이 얕아졌다고 할 수 있다. 시즌 후 정조국, 김동우 등 주축 선수를 비롯해 문기한, 송승주, 김원식 등 5명이 경찰청에 입대했다. 이적 시장에서는 박희도(전북), 이종민(수원), 김태환(성남), 윤시호(전남), 윤성우(고양 Hi FC)로 떠나보냈다. 특히 박희도와 이종민은 라이벌인 전북과 수원의 전력을 도와준 셈이다.
반면 영입한 선수는 공격수 윤일록을 경남에서 데려왔다. 지난 시즌 중반부터 임대로 뛴 에스쿠데로를 완전 영입했다. 두 선수는 포지션이 왼쪽 측면 공격수로 같다. 지난해 중반 일본 J리그 시미즈 에스펄스로 임대갔던 김현성이 복귀한 정도의 플러스 뿐이다.
서울은 올해 정규리그 2연패와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두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서는 선수층이 두터워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지난해보다 주전급 선수 숫자는 줄었다. 최용수 감독은 서울의 장점인 조직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맨유는 지난 시즌 판 페르시, 가가와의 핵심 자원 2명을 영입했다. 27년째 맨유를 이끌고 있는 퍼거슨 감독의 카리스마 아래 조직력이 더 강점인 팀이다.
◇전북 현대, 한국판 맨시티
맨유의 라이벌 맨시티는 아랍에미레이트 왕자 셰이크 만수르가 2008년 구단을 인수한 이후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해 새로운 팀으로 만들었다. 2011-12시즌 맨유를 제치고 우승컵을 44년만에 극적으로 들어올렸다.
2009년 이동국, 김상식 등을 영입해 K리그 첫 우승을 차지했던 올해 우승을 되찾기 위해 전방위 선수 영입에 나섰다. 2011년 K리그 우승과 AFC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차지했던 전북은 지난해 AFC 챔피언스리그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K리그에서는 서울을 맹추격했으나 준우승에 머물렀다. 올해 정규리그와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명예회복을 위해 모기업 현대자동차가 운영비를 적극적으로 지원 중이다.
전북은 대전의 특급 외국인 공격수 케빈을 이적료 5억원을 주고 데려왔다. 떠오르는 샛별 광주의 이승기는 15억원 이상을 주고 영입했다. 대구의 송제헌, 경남의 이재명까지 공수의 알짜선수들이 속속 전북 유니폼을 입었다. 게다가 수비 강화를 위해 인천의 국가대표 정인환을 비롯해 이규로, 정혁 등의 영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전북은 인천으로부터 세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 이적료만 20억원 가까이 제시했다. 정인환은 지난 시즌 줄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중앙 수비라인을 책임진다.
전북은 이승현, 김동찬, 정훈이 군입대한 공백이 있다고 하나 이적시장에서 보강한 선수들은 타팀들의 부러움을 사고도 남는다. 베스트 11의 절반 이상을 새얼굴로 채울 정도다. 겨울 이적시장에서 상반된 행보를 보인 서울과 전북의 시즌 성적은 어떤 결과로 나올지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