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일본파'들의 마음이 무겁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재기까지 유독 큰 일이 많은 해. 부담도 되고 가족들도 눈에 밟힌다.
이범호(32·KIA)와 이대호(31·오릭스)는 지난 9일과 12일 전지훈련지로 출발했다. 각각 미국 애리조나와 사이판행 비행기를 탔지만 마음만은 한 방향을 가리켰다. 가족이었다.
지난 11일은 이대호의 아내 신혜정씨의 생일이었다. 그는 "지난해에는 아내 생일을 전훈지에서 맞이했다. 올해는 하루 전 날이라 그나마 낫다. 우리집은 늘 그렇다"며 한숨 쉬었다. 지난 3일은 딸 효린 양의 생일이었다. 이제 갓 돌을 넘긴 어린 딸과 아내를 두고 가려니 한숨이 나온다. 이대호는 "웨이트트레이닝을 마친 후 집으로 바로 왔다. 이제 가족들과 맛있는 것 먹으러 간다. 오랜만에 양식을 먹으며 칼질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이대호는 오는 3월 열리는 WBC에서 이승엽-김태균과 함께 대표팀의 중심타선을 책임진다. 거사를 앞뒀으니 개인 훈련 준비도 대충할 수 없다. 그는 "WBC와 함께 올 시즌 준비도 해야 한다.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다"며 "따뜻한 곳에서 러닝과 웨이트트레이닝 양을 늘릴 계획이다. 연습할 때는 70g더 무거운 방망이로 스윙 훈련을 한다. 타격할 때 체중을 실어 비거리를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범호는 2살배기 딸을 떼어 놓고 갔다. 지난 8일 밤, 전훈 떠날 짐을 꾸리던 그는 "다 괜찮은데 딸이 많이 보고 싶을 것 같다. 2차 캠프지로 이동할 때까지 적어도 한 달은 못 본다. 울고 싶다"고 했다.
KIA 선수단은 오는 20일 애리조나로 스프링캠프를 떠난다. 이범호는 재활조와 함께 열흘이나 빨리 태평양을 건넜다. 딸 생각을 하면 조금이라도 더 늦추고 싶을 터. 하지만 다가올 시즌을 생각해야 한다. 이범호는 2011년 7월까지 타율 0.314, 93안타 75타점 17홈런을 기록하며 팀의 가을야구 진출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그해 8월 왼 다리 햄스트링이 파열되며 경기에 제대로 나서지 못했다. 부상 여파는 올해까지 지속됐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힘든 건 경기에 나서는 게 아니었다. 경기에 나서지 못할 때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내가 성적을 내야 팀에 보탬이 된다. KIA는 상위권에서 놀 수 있는 전력을 갖춘 팀이다. 다시 다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하지만 착실하게 준비했다. 따뜻한 애리조나에서 러닝을 하며 몸을 끌어올리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