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끝난 2013년도 탁구대표팀 상비군 선발전에서 남녀부 모두 20대 초반, 10대 후반의 신예 선수들이 돌풍을 일으켰다. 남자부에서는 '신예 3인방' 정영식(22·KDB대우증권), 김민석(21·KGC인삼공사), 서현덕(22·삼성생명)이 나란히 1~3위를 차지했다. 여자부에서도 양하은(19·대한항공), 전지희(21·포스코에너지)가 쟁쟁한 선배들을 꺾고 1,2위에 올랐다. 반면 2012 런던올림픽 대표 출신 가운데는 석하정(28·대한항공)만 선발전 관문을 넘었다. 남자팀은 오상은(36·KDB대우증권), 주세혁(33·삼성생명)이 부상 등을 이유로 기권했다.
그동안 한국 탁구는 신예들의 정체된 기량에 속을 태워야 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열린 탁구 최강전에서는 한국 탁구계에서 기대했던 신예들이 모두 초반 탈락하는 부진을 겪으며 위기를 맞았다. 오상은, 유승민(삼성생명), 김경아(은퇴)를 이을 선수들의 부진에 지도자도 위기 의식을 느꼈다. 유남규 전(前) 탁구대표팀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더 분발해야 한다. 지금 상태로 가다가는 정말 어려워진다"며 안타까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린 선수들은 곧바로 힘을 냈다. 잇따른 위기론을 스스로 깨우치며 성장했다. 정영식은 자신의 휴대전화 바탕화면에 어린 선수들의 부진을 지적한 기사를 찍어 설정해놨을 정도로 위기 의식을 느끼며 연습을 거듭했다. "선배들에게 못 미친다는 말에 절대적으로 공감했다. 나부터 분발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결국 정영식은 종합선수권 1위에 이어 선발전 1위까지 차지했다. 중학교 시절부터 주목받았던 양하은도 전지희, 석하정 등 귀화 출신 선수들을 잇따라 물리치는 저력을 보여줬다. 전반적으로 신예 선수들의 경기력, 경쟁력이 이번 선발전에서만큼은 많이 성장했다는 평가다.
그렇다고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언제 신예들이 다시 떨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오상은, 유승민, 주세혁 등 기존 베테랑들의 분발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택수 KDB대우증권 감독은 "인위적인 세대교체는 안 된다. 어린 선수들에게 자극을 주는 면에서 베테랑들의 존재가 필요하고, 이 선수들을 신예들이 치고 올라서면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수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탁구협회는 올해 새로운 대표팀 운영 시스템을 도입했다. 수시로 대표팀 내 평가전을 치러 상비1,2군 멤버가 바뀌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오는 5월 열릴 파리 세계선수권과 6월 부산 아시아선수권에 나설 선수들이 확정된다. 꾸준하게 긴장감을 살리면서 선수들의 경기력 확보에 도움을 주겠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