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주어진 이름은 김소연. 1999년 걸그룹 티티마로 데뷔하면서는 소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갑자기 방송 활동을 접고, 긴 공백기를 가진 뒤에는 라즈베리 필드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 여기에 친구들이 애칭처럼 부르는 이름은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주인공 '앨리스'다.
네 개의 이름은 그녀가 연예계 데뷔한 뒤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면서 얻은 부산물이다. 그리고 최근 자신의 다양한 경험과 복잡한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 정규 1집 '스위트&비터'를 발표했다. 라즈베리 필드는 "티티마 소이라는 이름이 싫었던 적도 있지만, 이제는 모든 이름을 받아들일 수 있는 포용력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을 자평해보자면.
"18곡을 녹음해 12곡을 추렸다. 전체적으로 내 경험담을 중심으로 스토리 형식으로 구성했다. 실제 인물들에 대한 달콤 쌉싸름한 메시지를 담았다. 재능이 많은 아티스트들이 모여서 원석을 다이아몬드로 세공해준 앨범이다. 혼자서 앨범을 만들 천재가 아닌데, 결과물만 보면 내가 천재가 돼 있는 것 같다. 수많은 사람들의 능력이 담겨 내가 계획한 앨범이 나왔다. 자신 있는 앨범이다."
-타이틀곡 '처음 만난 자유' 소개를 해 달라.
"형부(가수 조규찬)가 선물해준 곡이다. 내가 밝은 곡은 잘 못쓰는데, 덕분에 좋은 곡이 나왔다. 형부가 딱 3주만 시간이 있어서, 거의 밤샘 작업을 했다. 정말 사랑을 하고 싶게끔 만드는 곡이다. 녹음할 때는 애를 먹었다. 사랑에 대한 설레는 감정이 잘 생기지 않는 거다. 잭 블랙·마이클 세라 등 좋아하는 할리우드 배우들 사진을 펼쳐놓고 감정 잡으려고 노력했다."
-형부와의 작업은 어땠나.
"굉장히 좋았다. 언니(가수 해이)와 작업하는게 어렵다. 가족끼리는 운전도 가르쳐 주지 말라고 하지 않나. 형부를 인간적으로 다시 보게 됐다. 나 같은 초보 싱어송라이터에게는 지시하면서 작업할 수도 있는데, 존중을 보여줬다. '이런 아이디어가 있는데 어떨까'라고 물어봐주는데 노다지를 만난 기분이었다."
-작업 중 가장 힘들었던 때는.
"난 재능이 없다는 자괴감이 들 때다. 천재가 아니라서 억울하기도 했다. 같이 작업한 사람들의 역량이 엄청나서 좋은 작품이 나왔지만, 나만이 표현할 수 있는 재능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난 모짜르트가 아니라 꿈꾸는 살리에르에 가깝다."
-추천곡은.
"내 이야기를 담은 '있잖아'라는 곡이다. 짝사랑했던 친구에게 고백하고 싶었는데, 말이 나오지 않아서 노래로 대신했다. 곡을 다 쓰면 들려줄 생각이었는데, 발매 하루 전 그 친구에게 '짝'이 생겼다. 슬펐다. 제목인 '있잖아' 뒤에 생략된 말이 '좋아해'였다."
-경험담을 노랫말로 쓰는건 누군가가 들어주길 바라는 마음인가.
"사실 그랬으면 하는 사람이 한 사람 있다. 내 노랠 듣고 연락이 왔으면 한다. 하하."
-가수 활동을 하는데 티티마 소이라는 타이틀이 장애가 되기도 한다.
"사실 김소연이나 소이가 아닌, 라즈베리 필드로 새 앨범을 발표한 것도 그 이유다. 티티마를 그만 두고 개인 활동을 하다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갑자기 사라졌다. 사람들은 나를 티티마 소이 혹은 똑똑한 이미지로만 생각하는데 실제 내 모습은 그게 아니라서 싫었다. 지금은 포용하는 법을 배운 것 같다. 그 때도, 지금도 김소연은 김소연일 뿐인데 피할 필요 없다는 생각이다. 티티마 소이를 좋아해주는 분들이 있으면 그대로 감사하다. 음악이나 연기하는 모습은 넓은 마음에서 바라봐 줬으면 한다."
-대중친화적인 활동을 하겠다고 했다.
"지난 6년 동안은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했다. 올해에는 초심으로 돌아가자라는 마음을 먹었다. 내가 음악을 만들고, 연기를 하는 이유가 1차적으로 나를 위로하기 위해서라면 2차적으로는 대중과 교감하기 위해서다. 근데 혼자서 하니, '골방 아트' 밖에 되지 않는거다. 내 반경 몇cm 안에서만 사람들을 위로하려고 한 것이 아닌데, 좀 더 대중적으로 접근하자라는 마음을 먹었다."
-가수 소이로서의 꿈은.
"백발의 할머니가 될 때까지 내가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고 싶다. 내 창작물을 봤을 때 괜찮은 인생을 살았구나라고 느끼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예쁘게가 아니라 멋있게 늙고 싶다. 그 때가 돼도 '소녀들이여 꿈을 꿔도 괜찮아'라고 말하고 싶다. 꿈을 꿔서 멋지게 늙은 '증인'이 스스로 되고 싶다."
-친구들이 '품절녀'가 되고 있다.
"'야채파' 멤버들 중에서는 유진이랑 슈가 결혼했다. 두 사람이 자신의 삶을 찾은 것은 부러운데, 결혼 자체가 부럽지는 않다. 난 아직 결혼보다는 마지막 사랑을 기다리고 있다. 내 인생의 마지막 사랑을 만나서 연애를 하고 싶다. 조물주가 100% 완성품인 사랑을 주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기회를 주는 것일 텐데, 내 경우엔 기회가 많지 않았다."
-성격이 굉장히 독특하다.
"여러 가지 성격이 공존한다. 어떤 사람은 아주 밝은 아이로 보고, 다른 사람은 무간도를 거친 어두운 아이로도 본다. 내 인생을 표현할 수 있는 이름이 앨리스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보면 여러 가지 캐릭터가 있는데, 내 안에 그런 느낌이 있다고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