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예년과는 좀 다르게 시즌을 준비한다. 그 때문에 특히 투수들에게 'WBC 후유증'이 생긴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하지만, 오히려 WBC 출전이 정규시즌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일반적으로 투수들은 2월 전지훈련 때부터 본격적인 캐치볼과 하프피칭 등으로 점점 투구 강도를 높이고, 시범경기가 돼서야 페이스를 끌어올린다. 하지만 WBC에 나갈 경우 대회가 3월에 열리기 때문에 이 모든 과정을 한 달 정도 앞당겨야 한다. 'WBC 후유증'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도 이 대목이다.
2회 대회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WBC 대표팀 투수코치를 맡은 양상문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팀에서 훈련을 할 때보다 대표팀에서 더 긴장감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건 사실이다. 좀더 예민한 선수들은 영향을 받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WBC를 준비하는 과정이 '득'이 되는 경우도 있다. 1회와 2회 WBC에 출전한 정대현(롯데)이 대표적인 예다. 정대현은 "완전히 준비된 상태로 개막을 맞을 수 있어 좋았다"는 경험을 털어놓았다. 남들보다 더 좋은 컨디션으로 시즌 개막을 준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 대회에 첫 출전하는 이용찬(두산)은 "선발투수들은 시즌 개막 전에 6번 정도 던지는데 (WBC에 나가면) 2번 정도를 더 던지는 것이다. 크게 무리가 되는 양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2회 대회에 출전했던 외야수 추신수(신시내티)는 대표팀 훈련 분위기를 장점으로 꼽기도 했다. 추신수는 "긴장감과 목표를 갖고 시즌을 준비할 수 있어 자유롭게 훈련할 때보다 효과가 더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양상문 위원은 WBC의 엄격해진 투구수 제한 규정 때문에 후유증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했다. WBC 조직위는 2회 대회 때보다 투수별 한 경기 최대 투구수를 라운드당 5개씩 줄였다. 양 위원은 "투구수 제한 규정 때문에 몇몇 투수들에게 의존하기 어려워졌다. 많이 던지는 선수는 물론이고, 너무 적게 던져 투구 감각이 떨어지는 선수도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